매일신문

야고부-'감성산업' 꽃 피우기

우리나라가 21세기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한 원동력은 '감성(感性)'이라고 문화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사회의 원동력이 이성(理性)이라면, 디지털 정보사회의 경쟁력은 감성이라는 논리다.

시대 조류가 하이테크(기술)에서 하이터치(고감성)로 옮겨가고 있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감성 유전자는 어느 민족보다 풍부하므로 '감성 인간'과 '감성 산업' 키우기와 가꾸기는 우리 문화의 국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견해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00년 벽두부터 '한류(韓流)'라는 말이 등장,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근년 들어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이 열풍은 사실상 우리의 강한 감성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 드센 바람은 가요·TV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번지고, 할리우드식 미국 문화와 사무라이식 일본 문화를 소화하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색깔을 살렸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한국 만화영화 사상 처음으로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가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축제의 하나이자 최대 규모인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대상)를 차지했다. 얼마 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임권택)을 수상한 데 이은 우리 문화계의 개가다. 이 모두가 짙은 서정성과 뛰어난 영상미라는 '감성 기질'의 덕분이며, 최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기가 일고 있는 애니메이션 창작의 세계 무대 가능성 발견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애니메이션은 일본과 미국이 풍부한 인적 자원과 자본력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하청작업에 급급해 왔으며, 그나마 점차 제작비가 싼 중국 등에 일감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근년 들어 붐이 일고 있는 영화계와는 달리 당국의 인식과 배려가 부족하고, TV의 만화영화마저 갈수록 방영 시간이 줄어드는 등 푸대접을 받고 있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 감독이 '예상하지 못한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하다'고 했듯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올 들어 정부는 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세워 세제 지원 및 규제 개선, 투자 활성화, 시설 지원,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안을 마련했다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육성책이 요구되고 있다. 청소년 때부터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두는 교육, 다양성이 수요되는 문화적 토양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작품들을 낳을 수 있음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감성 인간'과 '감성 산업'의 화려한 개화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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