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16강 2

투표율이 사상최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6·13 지방선거가 D-2로 다가왔다. 연설회장엔 운동원과 청중 달랑 몇 명 뿐이고, 후보자들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월드컵 열기가 겹치면서 선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길이 없다"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

우스개로 6월 13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한국 대 포르투갈 이브'라 대답한단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지금은 이렇게 뜨거운 월드컵 열기일지라도 대회가 끝나고 잔칫상을 거두고 나면 그런 열기야 급속히 식어버릴 수도 있지만, 선거의결과는 오랫동안 우리네 현실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뜻 있는 시민 단체들이 유권자 특히 젊은층을 상대로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문화예술인들이 앞장서 그 대열에 동참한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지난 6월 7, 8, 9일은 두류 야외음악당에서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대구문화예술이 자력으로 문화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날 이었다.

3일 동안 연인원 10만명(경찰추산 7만명)이 운집한 오페라는 야외오페라의 한계(음향, 날씨)를 인정한다면 무대는 중국북경이요,음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음악이며, 연출 및 진행은 오페라 본 고장인 이태리 수준을 능가하는 초 여름밤의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들은 적절한 동기만 부여되면 단합하고 참여하여 멋지게 해내는 근성(?)이 있다.

월드컵 개막식과 한국·폴란드 전, 한·미 전에서 보여준 참여 의식과 월드컵을 개최하고 즐기는 수준은 이미 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선거도 월드컵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자. 하여 이제 겨우 세번째 맞이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걸음마 지방선거를 우리의 관심 어린 손길로 보듬어 나가자.

내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사람이 당선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앞장서서 참여하고 볼 일이다.그리하여 세계만방에 "축구실력 16강", "문화수준 16강", "정치의식 16강" 이란 탄성을 자아내도록 하자.

최영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