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상실재 속에 사는 현대인 이야기

사막같은 현실에서 습기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정서적인 금치산자'들의 이야기를 강렬하고도 세련되게 풀어낸 소설.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장밋빛 인생'(민음사)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광고.헬스.요리.메이크업 등 가시적이고 감각적인 외관의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현대인의 삶의 양식을 다루고 있다. 작가 정미경은 신인답지 않은 소설의 육화를 통해 존재의 표면에서 부유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체를 고독하게 찾고 있는 사람들의 비극을 그렸다.

작가는 인물의 형상화에 강점을 보인다. 이미지 속에 사는 인물, 특히 '15초의 인생'을 사는 광고인의 직업 세계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소설 속에서는 광고인인 '나'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옛 연인과 재즈스쿨 여강사.후배 광고계의 후배.TV요리 프로진행자인 아내도 모두 이미지 속의 인물들이다.

그들은 조작된 환상을 보여주는 인물이거나 조작된 환상 속에 살 수밖에 없는 단자화된 현대인들이다. 그들이 하고 있는 광고.이미지.메이크업.요리 등의 소재 또한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이다.

작가는 가상실재 속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인들을 다루며 그들을 통해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인들이입는 것은 청바지가 아니라 리바이스의 자유로움이며, 들이마시는 것은 담배가 아니가 말보로의 마초 이미지가 아닌가….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