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민련·미래연 붕괴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6.13 지방선거 결과는 요지부동의 한나라당 정서의 재확인이라 할 수 있다.한나라당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 대구 지역 8개 기초단체장 전부와 경북 지역 23개 시.군 중 21개 지역을 석권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명부제 투표에서도 한나라당이 대구는 76%, 경북은 75%을 차지하며 '일당 독주 현상'을 뚜렷히 반영했다. 비례대표에서 미래연합이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명씩 당선시켰고, 민주당은 경북에서 1석을 냈으나 대구에서는 미래연합에 밀려 전멸했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 직후인 지난 98년 지선 때부터 불기 시작한 '반 DJ 정서'의 한나라당 바람은 2000년 총선을 거쳐 이번 지선에서도 '싹쓸이 현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지난 지선에서 대구 남구와 경북 9개 지역에서 비(非)한나라 후보들이 기초단체장에당선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선거는 '반 DJ 정서'가 더욱 심화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에 이미 구축해 놓은 교두보를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민주당과 미래연합은 단 한 명의 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싹을 틔우려던시도는 물거품이 돼 버렸다. 또 15대 총선에서 대구지역 제1당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자민련은 대구.경북 양쪽 모두 전멸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 있어서도 대구에서 7.68%로 8.17%의 미래연합에 밀려 버린데다 경북에서도 7.83%를 얻는데 그쳤다.박근혜 의원의 미래연합도 단체장 후보를 내고 상당히 공을 들였던 구미와 칠곡, 상주 지역에서 참패했다.

한편 이의근 경북 지사는 87%라는 전국 최고 득표로 3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으며 지난 95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위로 낙선했던 조해녕 당선자는 관선(93∼94년)과 민선을 두루 거치는 기록을 세우며 입성에 성공했다.

극심한 한나라당의 바람을 뚫고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하는 '이변'을 낳았다.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천의 박팔용 시장은 3선에 안착했으며, 문경의 박인원 후보는 한나라당 신현국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울진의 김정규 후보와 대구 서구의 서중현 후보는 끝까지 피를 말리는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한나라당 바람을 극복하지 못했다.

광역의원 선거도 대구와 경북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후보들의 독무대였다. 지난 선거에서 10개 의석을 잃었던 경북도의원 선거의 경우 이번에는 51개 선거구중 48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대구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24개 의석 전체를 차지, 싹쓸이 2연패에 성공했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까지 완벽에 가까운 '한나라당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묻지마 투표'로 인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무더기 당선과 인물검증 부재 현상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사의 무난한 진입을 도운 것은 물론 재임기간 중 물의를 야기한 인사들에게 재입성을 가능케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반면 참신성을 내세우며 인물론으로 맞섰던 전문직 출신들의 의욕은 끝내 한나라당 바람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패했다. 때문에 올바른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정당공천제의 축소 등 지방선거 제도에 대한 수술이 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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