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입시상담실

문)중3 학부모입니다. 중3 상위권 학생의 상당수가 고1 공통수학을 공부한다며 아이가 불안해합니다. 수학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남보다 빨리 배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요.

답)어떤 일을 할 때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뤄야 생산성은 극대화됩니다. 빠름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에 느림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마찬가지로 느림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에 필요할 때 즉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음미와 여유가없는 속도는 무모하며, 결국에 가서는 일을 크게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미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뒤쳐질까 안달하며 거름 지고 장에 가듯이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속의 체증 속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시간이라는 기차에서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앉아서 성급한 진보에 몸을 내맡긴 많은 사람들은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도 바람이 얼굴에 심하게 부딪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달리고 있는 진보라는 기차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으면 창문을 연 채 갈 수 있다'라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맹목적으로 속도를 추종하다 보면 치명적인 바람을 맞기가 쉽습니다. 혼자서 수학 공부를 하면 한 시간에 다섯 문제밖에 풀 수 없지만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으면 스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문제를 가지고 20분을 생각하는 학생이 궁극에 가서는 이기게 됩니다. 얼핏보면느린 것 같지만 혼자서 고심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배양되고 인내심과 적극적인 도전 정신이 자라나게 됩니다.

늘 남의 도움을받게 되면 풀어본 유형이 아니거나 힌트가 없을 경우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진도를 나가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고교 과정을 빨리 배우는 것보다 중3 과정을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 불안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자녀에게도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안정과 자신감을 심어주는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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