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세희 연작 '난쏘공'150쇄 발간

산업화의 그늘과 유신정권의 폭압 아래서 신음하던 1970년대 도시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작가 조세희(60)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150쇄가 출간됐다.

이른바 '난쏘공' 시리즈는 1975년 '문학사상' 12월호에 실린 '칼날'을 시작으로 여러 잡지에 발표됐던 '뫼비우스의 띠'('세대' 1976년 2월호),'우주여행'('뿌리깊은 나무' 1976년 9월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문학과 지성' 1976년 겨울호), '은강 노동 가족의생계비'('문학사상' 1977년 10월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창작과 비평' 1978년 여름호) 등 중·단편 소설 12편을 묶어1978년 6월 문학과 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됐다.

2000년 3월까지 문학과 지성사에서 통산 4판 134쇄까지 발행된 이 소설집은 2000년 7월 이성과 힘(대표 조중협)으로 판권을 넘겨 초판 16쇄를추가로 발행하기에이르렀다. 지난 24년간 서점에 풀려나간 발행부수는 60만5천500부에 이른다.

조씨는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말리는 억압 독재가 없었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몇달 사이에 수십만부의 소설이 팔리는 시대에 24년동안 60여만부를 판매한 것은 '실패한 작가'의 모습일 뿐"이라며 "이 소설을 처음 쓰던 때와 마찬가지로지금도 가난하게 산다"고 밝혔다.그러나 "전자출판의 시대에도 종이문학이 지켜야할 자존심이 있고 문학의 이름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한 그는 "80년대초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했다가 중단했던 '하얀 저고리'를 조만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론가 우찬제씨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 이 땅에서 거의 최초로 자유와 더불어 평등의 이념형을 본격적으로 문학화한 작품"이라며 "이 연작소설에서 작가가 문제삼은 난장이 현실, 그 불행과 질곡의 문제성이 지난 20여 년 동안 여전히 유효한 정치경제적 문제틀이었다는 사실은 의미론적 차원에서 이 소설의 불행한 생명력을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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