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권력비리에 등돌린 民心

표심(票心)은 냉정했다.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 자민련 몰락으로 나타난 6.13지방선거 결과는 부패무능한 정권에 대한 준열한 심판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과 결별, 거듭 태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DJ 아들의 비리를 감싸는 등 부패척결에 소홀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의 종잡을 수 없는 언행 또한 이반되는 표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돌아선 민심 앞엔 여권의 갖가지 선심공약도 빛을 잃었던 것이다.서울, 경기, 인천지역은 지역색깔이 상대적으로 옅은 곳이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까지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권력형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국민의지의 표현이라 할만하다. 우리는 이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민주당의 부패무능을 질책하다보니 한나라당이 이에대한 반사적 이익을 누렸다고 믿는다.

61년 중앙선관위 설립이후 전국 규모 선거의 투표율이 48%의 최악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만큼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이 냉담했다는 말이다. 절반이상의 유권자가 부패하고 무능한 여야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냉소하면서 투표 자체를 기권한 게 현실이다. 그런만큼 이번 선거결과가 바로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이번 선거결과는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실세들의 부패와 무기력한 가신(家臣)그룹 중심의 인치(人治)정치에 대한 심판이자 한걸음 나아가 어떠한 세력도 민의를 무시하고 교만할때 국민 심판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JP의 자민련이 몰락한 것도 결국 '노련한 줄타기'의 정치책략이 더이상 설자리가 없어졌음을 뜻한다.

그런만큼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자만할 게 아니라 민생을 챙기고 성실한 국정운영으로 표심을 모으기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을 당부한다. 민주당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부패척결에 단호해야 할 것이며 당내 갈등도 빠른 시일내에 수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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