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선거운동을 통해 지역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일꾼으로 평가받고 싶었으나 돈 앞에서는 역시 어렵다는 현실의 높은 벽을 절감했습니다".
아무리 금권선거가 판을 치더라도 아직도 양심 유권자들이 많아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영주시 기초의원에 출마했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김화영(33)·조동창(38)씨.
'클린 후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선거법을 지키면서 깨끗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접한 선거판은 한마디로 절망감 그 자체였다.
'가난한 선거운동이 시민들을 부자되게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운동기간 내내 선거비용을 게시판에 매일 공개했던 김화영씨.
영주에서 태어났으나 어떤 연고도 없는 동네를 선거구로 택했다. 그래도 아파트 밀집지역인 만큼 젊은층과 식자층의 호응을 받아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
5평 남짓한 컨테이너박스를 선거사무실로 하고 문서를 정리하는 경리아가씨 한명만 유급 운동원으로 해 선거운동을 했다.
흔한 '아줌마 부대'한명없이 평소 알고 지낸던 변호사와 휴직계를 내고 나선 직장인, 며칠 문을 닫은 장사하는 이웃 등 돈 한푼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들로 선거운동을 치렀다.
"밥은 집에서 날라도 먹고, 부식비 1천원을 상추 사는데 썼다고 공개하는 등 전날 사용한 선거비용을 매일 공개해도 도대체 믿어주지 않더군요".
김씨는 법정선거비용 2천900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1천여만원을 사용했다. 기탁금, 선거 공보물 제작비용 등 선관위로부터 환급받을 금액을 빼고 나면 실제 선거비용은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정말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선거운동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지만 아직은 공명선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신나고 살맛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조동창씨도 선거법을 준수하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각오로 출마했다. 아는 사람이 빌려준 공터에 6평짜리 컨테이너박스를 선거사무실로 사용했다. 선거운동원은 하루 5명까지 쓸 수 있으나 3명만 활용했다. 나머지는 친지와 친구 등 자원봉사자로 대체했다.
선비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갓 쓰고 도포를 입고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거리유세를 통해 이색 선거운동을 했다.
그는 보조금을 제외하고 600여만원으로 이번 선거를 치렀다. "돈 안쓴다고 믿고 알아주나. 밥값 계산하면 표 주겠다 는 등 유혹을 받았으나 출마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를 물리쳤다"고 말했다.
"역량과 능력 부족으로 낙선했지만 돈 때문에 밀린다는 생각이 날때마다 너무나 가슴 아팠다"는 조씨는 "열심히 깨끗하게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참담해 돈이 없는 후보가 출마한다면 이같은 선거판에 나오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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