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동의 정국-민주당 어디로 가나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거센 격랑에 휩싸였다.민주당의 참패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한화갑 대표 체제의 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최고위원과 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어 선거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과 노 후보의 재신임 문제 등을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는 17일 최고위원과 상임고문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번 지방선거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노 후보라는 것이 당내외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영남공략을 위해 영남출신인 노 후보를 선택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그의 '영남 득표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노 후보로서는 12월 대선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노풍'이 사라졌다는 점을 확인한 민주당은 노 후보를 내세운 대선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기 시작했다.

노 후보가 약속한 후보 재신임 문제가 '후보교체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는 이날 "후보 등록일까지 더 좋은 대안을 찾는다는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재신임 문제를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비주류의 안동선 고문은 14일 "이런 패배는 정당 사상 처음"이라며 "후보와 대표는 사퇴를 한 뒤에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동교동계 의원도 "노 후보는 영남후보로서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후보직을 내놓아야 한다"며 직설 화법으로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후보 재신임 문제를 '노무현 당'으로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노 후보측의 구상과는 어긋나는 기류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노무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노무현 당으로 탈바꿈하든 한 대표 체제에 변화가 있든 간에 민주당이 당명 개정을 포함한 전면적인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으로 더 이상 표를 달라고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며 공동책임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지만 현 체제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데에 이론이 없다. 한 대표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은 이번 선거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비리 등 대통령 주변 권력형 비리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꼽았다. 민주당의 '탈DJ화'작업의 가속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밖에 초재선의원모임 등 당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김 대통령과의 단절과 김홍일 의원의 공직사퇴, 아태재단 해산 및 비리의혹을 받고있는 김방림 의원의 검찰 출두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호한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바닥에는 내부개혁과 제2의 창당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깔려 있다. 당을 조기에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그에 앞서 노 후보와 당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처리하자는 당 주류측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의 단절과 내부개혁만으로는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DJ와의 단절을 넘어 반 이회창세력의 결집을 통해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와 대표 등의 기득권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인제 전 고문 등 충청과 경기 등 중부권 의원들의 이탈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수도권과 중부권의 민심이반은 중부권 의원들을 뒤흔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IJP연대를 추진했던 이 전 고문은 JP의 충청권영향력 상실을 확인함에 따라 민주당을 벗어난 새로운 활로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민주당이 내부 분란을 딛고 '대선 전초전'이라는 8·8 재보선에 앞서 노 후보체제를 재구축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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