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3일과 14일이 우리 한국국민에게 준 교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고 하겠다. 13일의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에게 압승을 가져다 준 것도 한국국민이고 14일 마지막 포르투갈과의 축구에서 드디어 사상 처음으로 우리 국민에게 16강 진출이라는 감격을 안겨 준 것도 한국국민이다.
13일 한나라당의 승리에는 무엇보다도 제왕적인 권력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부정부패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추호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겨져 있음은 두말 할 것 없다. 그렇지만 유권자의 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는 것은 정치세력 전반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과는 달리 14일의 16강 진출이라는 경사에는 우리 국민 전체가 남녀노소 없이 지역이나 빈부를 넘어 한마음이 됐다는 기적이 깃들어있다. 그렇다면 13일에 심판을 받은 정치는 승자이든 패자이든 14일의 경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8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넘어 대선으로 치달려갈 터인데 그것을 꾸려나갈 정당이나 후보가 16강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서 그리고 이번에 그들이 거둔 승리에서 무엇을 배워야하는 것일까.가장 먼저 배워야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헤아릴 수 없는 에너지 또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은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가진 힘을 재빨리 발견하고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낙관하고 그것을 충분히 끌어내는 지도자이고자 했다. 우리가 우리나라 정치와 정치 지도자들에게 크게 실망하는 것은 권력과 금력에만 눈이 어두운 탓인지 우리국민의 그러한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희망을 거는 슬기나 자세가 결여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한 선수들의 능력 또는 열의가 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가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것을 결집시켰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모진 훈련을 가해야만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간다고 자임하는 정치지도자들은 히딩크 감독에게서 이러한 지도력을 배워서 우리 4700만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이 놓여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처럼 우리 국민이 지금 놓여져 있는 상황, 더욱이 이제 벗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정권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투철한 인식을 가져야할 것이다.
병이 어디에 있느냐를 알아야만 고쳐가지 않겠는가.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추상적으로 매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정부가 성취한 것이 있고 실패한 것이 있다. 어디를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이 지닌 자질이나 형편을 꿰뚫어보고 장점과 단점을 본 것 같이 말이다. 여기에 바른 용병, 용인의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에서라면 통치의 사상과 기술이 여기서 가능하게 된다.
김대중 정권이 남북대화를 시작한 것을 누가 잘못이라고 하겠는가. IMF 위기를 극복하고 초고속 인터넷으로 IT산업, 지식산업 사회를 출발시킨 것을 누가 나무라겠는가. 이미 그 열매를 우리가 거두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제왕적 통치에서 가족친지나 측근과 함께 해온 정치 특히 인사행정 그로 말미암은 국민과의 유리와 부정부패를 이제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제왕적 통치란 우리 정치사의 불행한 유산이었다. 제왕이란 언제나 자기만이 절대이고 모두가 따라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반하는 것이라고 간주한다. 그래서 거기서는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야당이 다수라고 할 때 제왕적인 자세라면 어떻게 민주적인 의회정치를 꾸려나갈 수 있겠는가. 다음 정치지도자들은 여야의 극한대립이라는 우리 정치사의 또 하나의 악유산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성과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휘몰아치듯 정치계절이 다가온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히딩크 감독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사심 없이 장단점을 가려내고 골을 향해 불끈 주먹을 쥐고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줄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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