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피곤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좀더 철학적인 개념으로 확장시켜 보면 '육체는 영혼의무덤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이 떠오른다.
모두 같은 얘기다. 육체는 정신의 부속물에 불과하다는 뜻이 아닌가. 독일의사 마틴 바인만은 '손이 지배하는 세상(해바라기 펴냄)'을 통해 "손과 두뇌는 훌륭한 상호작용을 이루는 관계"라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손을 정신의 부속 도구가 아니라 창조자의 위치에 있다고 본 것이다.
먼저 이를 닦고 연필을 잡고, 글을 쓰고, 망치로 못을 박는 일상적인 행위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쉽고 간단한 일일까. 현재까지 만든 그 어떤 기계도 단순하게 보이는 손동작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그리스시대 부터 철학자들이 그렇게 높이 떠받들어온 논리적 사고를 컴퓨터가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
손은 단순한 두뇌의 심부름꾼이 아니며 그 움직임은 중추신경의 명령과 근육의 감각 반응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작용(두뇌와 손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능하다는 얘기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르비츠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1초당 피아노 건반을 13회나 두드렸다. 오랜 연습을 통해 손과 두뇌가 협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연주다. 인간의 일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전문적인 연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무엇보다 손이 인류의 진보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태초에 인간이 직립보행을 한 후, 그 다음의 일은 도구의 제작이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조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은 다시 도구 제작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게 했다.'태초에 손이 아닌 말씀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손에 대한 지나친 폄하가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엄지손가락에 대한 실험이다. 필자는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옷의 단추를 채워보라'고제안한다. 엄지손가락의 존재 여부는 인간사고와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상을 정복한 것은 인류지만, 그 인류를 지배한 것은 엄지손가락이다.
필자는 손의 중요성을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영역과 수학 철학 등 학문의 영역까지 두루 대입시켜 그동안 강조돼온 정신의우월성은 환상이었음을 밝혀낸다. 다소 딱딱한 부분이 많지만, 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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