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반 43분 설기현 동점골!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와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를넘어 스페인과의 대결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시나리오는 조연 이영표가 주연 안정환이 실현을 시키고 개봉박두를 알렸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꽁꽁 닫혔던 이탈리아의 빗장을 열었다.

안정환은 1-1이던 연장 후반 12분 이영표의 센터링을 머리로 받아넣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미국과의 예선 2차전에서 보여줬던 극적인 헤딩 골과 비슷했다.

어시스트를 한 이영표는 포르투갈전에 이어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도 결승 골을 도와 '특급 도우미'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탈리아를 연장 끝에 극적으로 물리친 한국은 오는 22일 광주에서 스페인과 4강 길목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국팀은 월드컵 3회 우승에 FIFA랭킹 6위 '아주리군단'에 초반부터 끌려갔다.

초반 득점을 해야 경기를 쉽게 풀 수 있다는 부담감이 안정환으로 하여금 패널티킥 실축으로 이어졌다. 곧 이어 복서 출신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에 헤딩 골을 허용하면서 고전했다.

한국은 이탈리아의 토티와 비에리의 개인기에 이은 역습에 번번히 수비 조직이 흔들렸고 상대의 거친 몸싸움과 교묘한파울에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말미. 한국팀의 지루한 '0'의 공방을 깬 선수는 설기현이었다. 그 동안 예선경기에서 번번히 기회를 무산시켰던 설기현은 후반 88분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그물을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거친 몸싸움과 교묘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이후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인저리타임 때 상대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황선홍이멋지게 감아 찼지만 부폰 골키퍼의 선방에 추가득점엔 실패했다.

또 홍명보와 교체 투입된 차두리가 멋진 오버헤드킥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연장 후반 5분엔 설기현이 좌측 사이드를 돌파해 완벽한 크로스 패스를 황선홍이 헤딩으로 연결시켰으나 역시 골키퍼 정면이었다.

연장 전반 토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한국에게 희망이 찾아왔고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의 수비진은 한국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자주 허용했다.

결국 후반 12분 이영표의 발끝을 떠난 공이 안정환의 머리에 정확히 맞고 방향을 틀어 부폰 골키퍼의 손끝을 살짝 비켜 네트를 흔들었다.

페널티킥 실축으로 시작은 불행했으나 오기와 근성으로 버티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안정환은 역전 골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

골을 넣은 후 반지에 키스하는 골 세리모니 대신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로 한국 축구의 8강행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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