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자치 현주소와 과제-(4)4기 지방의회 앞날

91년부터 시작한 지방의회는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출범 4기를 맞았으나 아직도 그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도 광역의회는 자질·역할론 시비로, 구·군 기초의회는 끊임없이 무용론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부실론'은 여러가지 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정당 공천 때문에 지방의회를 중앙정치권의 하부구조로 묶어놓은 후진적인 정치 현실, '속빈 강정'처럼 권한없는 지방자치제도의 모순이 대표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지방의회 경시 풍조'다. 영남대 행정학부 우동기 교수는 "주민대표로 뽑아 놓은 뒤 마치 전체를 문제 집단처럼 비하시키고 예우를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지방 의원들이 주민 대표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이상 지방의회 발전은 요원하다"며 "시민들의 시각 교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방의회 경시풍조는 선거때가 되면 뚜렷히 드러난다.

40%를 겨우 넘나드는 낮은 투표율에다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없이 지역별로 특정 정당 후보만을 찍는 '묻지마 투표'성향이 대표적인 예다. 또 정당 공천이 없는 기초의원까지도 영남권에서는 '가'번 후보를 선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지방의회의 현주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번의 지방 선거를 거치는 동안 이러한 풍조에 거부감을 느껴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지방의회 진출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의회 하종호 의원은 "지방의회가 일방적 우위에 있는 집행부에 맞서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민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주민대표로 존재를 입증받지 못하면서 일할 의욕이 꺾이고 새로운 인적자원의 충원조차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광역의원은 그나마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심권에 있지만 기초의원은 단순한 민원접수 창구로 전락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시의회와 집행부간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프로축구단 창단 문제의 경우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의회가 깊이 있는분석 자료를 내놓고 각계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의회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도 시급한 과제다.

대구시의회 이수가 의장은 "광역의회 역할이 집행부가 내놓은 안건 한두개 보이콧하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보좌관제가 미루어지고 의회사무처도 보조 역할에 그쳐 집행부 견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무보수 명예직의 한계를 갖고 비전문가 출신들로 구성된 광역의회가 인구 300만에 가까운 대도시 전체의 행정과 집행부의 예산 편성을 감시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장도 "제도적인 문제는 지역사회의 관심만 높아진다면 필요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지방의회 위기의 주 원인을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돌렸다.결국 지방의회의 발전은 주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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