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환희의 찬가

교단에 처음 섰을 때 학생들이 필자를 '베토벤선생님'이라 불렀다. 음악의 영웅이요 위대한 인간승리자인 베토벤을 닮았단다….

베토벤은 남달리 강인한 사람이었으나 차츰 악화되어가던 귓병이 드디어 치유불능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었을 때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까지 썼지만 "훌륭한 사람의 가장 큰 특색은 불행하고 괴로운 처지를 참고 견디는 일"이라고 말한 평소 그의 말처럼 그는 오랜 기간 불행하고 괴로운 시련들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인간의 힘으로 쓸 수 있는 가장 완전하고 위대한, 그리고 호소력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감동을 주는 교향곡 제9번 '합창:환희의 찬가'를 작곡하게 된 것이다.

이 곡은 거대한 인류애의 이상을 감동적인 노래로 승화시킨 곡이다. 6월 14일 한국축구가 마침내 월드컵 16강이란 오랜 숙원을 이루어 내던 날 온 나라가 환희의 찬가로 뒤덮이고, 거리마다, 골목마다 '대-한민국''오~필승 코리아!'의 환호성이 밤새 울려 퍼졌다.

지역도 계층도 연령도 뛰어넘어 오직 한 마음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마음껏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16강 진출이 있기까지는한편의 감동적인 교향곡이었다. 단기적인 성과에 조급한 이들의 몰이해를 감수해 가며 긴 안목으로 우리 태극전사들의 전력을 이렇게까지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참으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그런 감독의 방침에 따라 혹독한 체력훈련을 감수하고 저마다 주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여 끝내 값진 승리를 이루어 낸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든든한 후원자인 '12번째 태극전사'들의 희생적인 축구사랑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 정말이지, 우리민족에게는 중요한 때에 하나되어 뭉치기만하면 끝내는 해 내고 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진실한 꿈과 진정한 열망은 실현될 수 있음도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체험했다. 오늘 저녁이면 강호 이탈리아와 16강전이 벌어진다. 자랑스러운 우리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온 국민의 성원이 어우러져 또 한번의 '환희의 찬가'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이다!"

대신대교수·대구음협회장 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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