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 안정환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다.안정환은 설기현이 얻은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오른 발로 찼으나 미리 방향을 읽어낸 이탈리아 골키퍼 부폰의 손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러나 안정환의 몸놀림은 이때부터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전에 이어 자신을 믿고 선발 출전시켜준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저버릴수 없는 상황이었다. 뇌리에서 빨리 실축 순간을 잊어버려야 했다.
전반 36분. 송종국과 박지성으로 이어져 페널티지역으로 흘러든 볼. 안정환은 상대 수비 율리아노를 제치고 회심의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으나 야속하게도 골문 왼쪽을 벗어났다.
이어 전반 41분에도 페널티아크 왼쪽 27m 지점에서 오른발로 직접 프리킥을 노렸으나 또 무위였다.
후반 15분. 패색이 드리워가던 시점 안정환은 다시 한번 왼발 강슛을 날렸으나 이번에도 볼은 골문을 외면했다.
종료 2분을 남기고 안정환이 지옥으로 막 떨어지려던 순간 황선홍이 골지역으로 감아올린 볼이 수비에 맞고 흐르자 설기현이 왼발로 네트를 갈랐다.
안정환은 다시 힘을 냈다.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15분 뒤 안정환에게 천당으로 향하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연장 후반 12분 왼쪽 측면의 이천수가 뒤편 이영표에게 볼을 내주자 안정환은 본능적으로 골지역을 파고 들어 세계최고의 수비수 말디니를 제치고 거짓말처럼 이탈리아 골문 오른쪽 모서리로 공을 집어넣었다.
안정환이 그라운드의 귀공자에서 한국대표팀의 해결사로 우뚝서는 순간이었다.90년대 후반 한국축구에 대대적인 오빠부대를 몰고온 안정환. 하지만 그는 '멋진' 플레이에 집착하다보니 오히려 슛 타이밍을 놓치는 등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도 안정환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거친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빌미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조차 주전을 꿰차지 못한 데서 나타난 위기감은 안정환을 확 바꿔놓았다.
안정환은 지난 4월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2골을 넣어 '조커'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으며 이날 골든골로 해결사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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