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레이더-한국인 91% "스페인 꺾는다"

◈2대1 승리 예상 많아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20일 한국갤럽이 전국의 남녀 634명(만 13세 이상)을 상대로 실시해 발표한 '한국인이 보고 느끼는 월드컵'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6%가 한국이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대답했다.

스코어 예상으로는 2대1(41.5%), 1대0(20.1%) 등 1골차 승리가 가장 많았고 2대0(18.4%), 3대1(5.5%) 등 2골차 승리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최종 예상 성적으로는 4강 진출 57.4%, 우승 26.5%, 준우승 8.6% 등으로 나타나 응답자의 90% 이상이 최소한 4강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우승 예상국 조사에서도 브라질(51.7%) 다음으로 한국(26.5%)을 지목했다.

또 경기마다 논란이 됐던 심판의 판정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인 89.0%가 공정하다고 평가했고 대표팀 병역 면제에 대해서도 88.3%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히딩크 수완은 마술"

○…스페인 일간 '스포르트'의 조셉 카사노바 축구칼럼니스트가 21일부터 시작되는 8강전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 세네갈을 새롭게 평가했다.

그는 '월드컵 혁명'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월드컵 우승 3회에 빛나는 이탈리아의 빗장을 열어젖힌 한국, 포르투갈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긴 미국, 전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꺾은 세네갈 등이 일으킨 이변에 초점을 맞추고 월드컵에 몰아친 '새로운 파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단결로 성공시킨 88년 서울올림픽을 예로 들며 한국팀의 약진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히딩크 감독이 취임한 지 1년 반만에 공격형 팀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킨 수완은 '마술'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이탈리아전에서 몸소 보여준 '집념', '투지'와 같은 정신력이 월드컵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니 프랑스'라 불리는 세네갈에 대해서는 높은 신체능력을 장점으로 하는 아프리카 축구에 프랑스의 최신이론을 접목시킨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약진은 찬밥신세였던 축구의 존재를 미국 스포츠계에 새롭게 각인시켰으며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라울 출전여부 불투명

○…부상중인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핵심전력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가 20일 훈련에도 불참, 오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의 4강전에 출전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스페인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울산 서부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했으나 지난 17일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왼쪽 허벅지를 다친 라울은 3일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 제나로 보라스 스페인 팀 닥터가 "라울이 내일 훈련을 소화할 지에 따라 출전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전 결장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도 이날 낮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라울이 몸 상태가 나쁘고 팀 닥터가 '그라운드에 나설 준비가 100%돼 있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출전시키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었다.

◈스페인 명상으로 훈련 시작

○…20일 선수들이 운동장 한쪽에 드러누워 10여분간 명상하는 이색 장면으로 훈련을 시작한 스페인은 러닝과 패스, 볼빼앗기를 실시한 데 이어 3개팀으로 나눠 운동장을 반만 쓴 가운데 7대 7 미니축구를 했다.

30여분간 진행된 미니축구는 이긴 팀이 계속 뛰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역시 허벅지 부상중인 알벨다(발렌시아)는 경기장에는 나왔으나 훈련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스페인은 21일 오전 10시 30분 항공편으로 광주로 이동, 낮 12시 30부터 1시간 동안 공개훈련을 하고 이어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중원 볼 점유율 높일 것"

○…한국과 4강진출을 다툴 스페인대표팀의 미드필더 루이스 엔리케(바르셀로나)가 미드필드에서의 볼 점유율을 높여 이기겠다고 밝혔다.

엔리케는 20일 울산 서부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팀은 속도뿐 아니라 공격력과 체력 모든 면에서 강하다. 특히 경기 초반 10분과 마지막 10분의 속도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강한 체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같은 강점을 보인 한국팀을 좋아하게 됐다"며 "한국은 이미 지난달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이번대회 선전을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강력한 미드필드 압박에 대해 엔리케는 "한국팀을 상대하려면 일단 볼 점유율을 높이고 실수를 줄여 한국에게 반격기회를 줘서는 안된다"며 "상대가 강한 만큼 최선을 다해야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낮 경기(오후 3시30분 시작)에 대한 부담이 없는 지에 대해 "94년 미국대회 당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더웠고 이번 8강전 날씨 역시 그럴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치지 않고 뛰는 모습은 여전해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등한 경기 전망

○…한국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 감독 시절 발탁한 멘디에타(라치오)가 "히딩크는 포기를 모르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의 미드필더 멘디에타는 "내가 처음 발렌시아팀에 왔을 때 히딩크가 감독이었고 잠시 팀을 떠났다가 돌아와 2시즌을 함께 보냈다"며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어떤 강팀에도 적응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며 "전세계의 어느 팀을 맡든 지 강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멘디에타는 또 "스페인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분명 한국보다 앞서지만 전체적인 팀전력에서는 아니기 때문에 동등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드필드 쟁탈전 예고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은 양 팀이 자랑하는 멀티플레이어들의 격전장이 될 전망. 한국이 '원조 멀티플레이어' 유상철(가시와)과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송종국(부산)이 나선다면 스페인에는 최대 폭의 활동반경을 자랑하는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데포르티보)과 '카마초 감독의 비밀병기' 이반 엘게라(레알마드리드)가 맞불을 놓는다.

유상철은 이탈리아전 후반 히딩크 감독이 공격수 5명을 투입시키는 총공세를 펴는 동안 최종 수비수로 특명을 받고 미드필드에서 내려와 이탈리아의 날카로운 역공을 차단,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멀티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오른쪽 터치라인을 따라 양쪽 끝에서 끝까지 휘젓고 다니는 송종국도 공격과 수비가 따로 없는 다기능 플레이어. 스페인 왼발의 명수 데페드로를 중원부터 압박, 차단하고 여차하면 왼쪽 수비수 후안프란의 뒤쪽에 생기는 공간을 칼날같이 파고들 기세다.

이에 맞서는 스페인의 이반 엘게라도 올라운드 플레이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마당발을 뽐낸다. 소속팀 레알마드리드에서는 미드필더로 포진하는 엘게라는 16강 아일랜드전에서 노쇠한 수비진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중앙수비수로 전격 출격했다.

좌우백 후안프란과 푸욜이 공격가담시 수비공간에 공백이 생기고 주장 이에로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깜짝 카드.

184㎝, 71㎏의 호리호리한 체격과 차분한 스타일 때문에 멀티플레이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플레이메이커 발레론도 보기와는 달리 투지에 불타고 있다.

소속팀에서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공격형 플레이를 펼치는 발레론은 카마초 감독으로부터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받고 있어 상황에 따라 공격형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며 활동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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