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에 학교 "흔들"

월드컵 8강 진출 여파가 학교에까지 미치면서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 등에 축구 시합이 계속 벌어져 수업과 자율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지는가 하면 22일 승리할 경우 이달말과 다음달초로 예정된 기말고사까지 연기해야 할 형편에 놓인 것.

대구 지역 중.고교의 경우 대부분 오는 29일을 전후해 기말고사를 치를 예정이지만 일부 학교는 한국팀이 4강에 진출하면 29일이나 30일 또다시 경기가 열리므로 학생들의 부담을 감안, 7월초로 연기하겠다는 입장이다.

ㄷ고 한 부장교사는 "29일부터 기말고사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4강에 오르면 월말까지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7월4일쯤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학교마다 축구시합 열풍이 부는 것도 교사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중.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이후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뒤 반별 대항전, 팀 대항전 등이 계속 열려 운동장이 빌 새가 없다는 것.

한 중학교 교사는 "점심시간 후 5교시 수업에 들어가면 축구를 하고 와 땀과 물에 젖은 학생이 여럿이고 지쳐서 조는 경우도 많다"면서 "수업 시작 때 아예 응원 구호를 한번 외쳐 교실 분위기를 정리하는 교사도 있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4개월여 앞둔 고3 수험생들 역시 월드컵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수능 대비 일정이 삐걱거릴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점업자는 "매년 이맘때면 3학년 진도를 다 끝내 문제집이나 총정리 참고서를 찾는 학생이 많았는데 올해는 월드컵 때문인지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륜고 박해문 교사는 "3학년생들도 휴식시간이나 자습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월드컵 경기 분석과 예측을 하며 들뜬 모습을 흔히 본다"면서 "한국팀의 선전을 스트레스 해소책 정도로 유도하고 공부 분위기를 잡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