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참여자의 빛깔에 따라 프로그램의 빛깔도 바뀌지요".오후 2시 20분부터 3시까지 라디오 FM 93.1MHz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도 같은 겸손한 프로그램 소개다.
대구평화방송이 1996년에 개국한 이래 6년간 터줏대감으로 지켜온 '빛이 머무는 곳에'는 제목 그대로 따스한 빛을 머금은 듯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양한 내용이 준비된다. 공동체를 소개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순교 성지를 찾아가는 시간도 있다. 주로 CCM(Co ntemporory Christian Music)을 중심으로 음악을 보내주지만 일반 가요도 가끔 흘러나온다.
방송이계속되어도 종교방송의 특성상 흔히 나와야할 것 같은 '하느님'이라는 표현도 거의 없다. 단지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 속에서 어렴풋이 '그 분'의 존재를 짐작케할 따름이다.
주부들과 운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듣는다는'빛이 머무는 곳에'는 늘 밝고 따스한 사연들이 넘친다. 결혼을앞둔 딸이 부모님께, 학업에 어깨가 처진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그리고 이름모를 이들에 대한 사랑 등 아직도 편지로 오가는사연들은 우리 각박한 시대를 비껴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사회적 이슈를 외면하고 종교 뒤에 숨지는 않는다. 그때 그때 불거져나오는 환경문제, 월드컵 등 사회적 이슈들 가운데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힘을 건져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힘 때문일까. 천주교 매체이지만 비종교인이나 개신교도들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구평화방송 인터넷 카페 회원이약 2천여명이나 되고 다음달에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는 이성구 PD(신부)는 "종교매체로서 직접적으로 설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간접적이고 포괄적인 목소리도 필요하다"면서 "누구나 느끼기에 좋은 음악, 좋은 프로그램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잔잔한 음악과 따스한 목소리의이 방송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빛이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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