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난의 연못에 연꽃이 피었네

'풍경', '거울'등 동자승 그림으로 유명한 원성스님의 새 책이 나왔다.이번에는 동자승 그림이 아니라 훌쩍 커버린 스님 자신이 찍은 사진이 주인공이다.

원성스님의 새 책 '시선'은 원성스님을 출가시킨 후 자신도 출가했던 어머니 금강 스님과 함께 떠난 인도 여행을 글과 사진에 오롯이 담아냈다.흔히 볼 수 있는 해외 여행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곳에서 일상적인 삶을 발견하는 눈길이다.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하고 특이한 풍경을 제시하는 대신 생김생김이 다르고 자연풍광이 다르지만 결국 현세의 사람살이는 다 비슷하다는 성찰이 담겨있는 듯 하다. 한 상인이 들고 있는 오렌지를 통해 윤회를 읽어내고 야채 파는 아저씨의 질박한 웃음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것은 인도에서 발견한 우리네 모습과도 닮아서 낯설지가 않다. 인도 전통 음식들을 보고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음식 하나, 지나가는 개 한마리에서도 삶의 정수를 읽어내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이 책에는 총 100장이 넘는 사진이 실려 있다. 인도를 보여주는 많은 사진이 있지만 원성스님이찍은 사진의 초점은 '깨끗한 영혼의 울림'이다.

'영혼의 시선'을 담기 위해, 동자승을 그리는 화가 답게 수많은인도 아이들에 시선이 머문다. 얼핏 보기에 남루해 보이고 빈곤해 보이는 사람들과 풍경들 사이에서 진흙탕물 속에핀 연꽃처럼 가난 속에 피어난 그들 영혼의 깨끗한 울림을 본다.

글과 사진의 조화가 재미있고 웃음을 자아내다가 어느 순간 숙연한 느낌도 전해준다. 모든 사진과 글들이 그렇게 어우러져가며 독자들에게 한번쯤 현실 속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삶은 이 곳 한국이나 인도나 매한가지. 원성스님의 사진과 글이 전해주는 책장 너머의 말씀이다. "오늘 내가 먹은 밥 한 그릇/ 거기엔 천지의 은혜보다도 더 소중한/ 농부의 육신이 녹아나는 삶이 담겨 있습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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