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균형잡힌 가치관 논리적 답변을

전국 66개 대학이 1만2천872명을 선발하는 2003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지난 15일 마무리됐다. 대학들에 따르면 올해는 수시모집 경쟁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험생들 사이에 상향 지원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많은 학과들이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의예과나 치의예과 등 일부 인기학과의 경쟁률은 50대1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공계열 등 비인기학과는 미달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1학기 수시모집 전형은 이화여대와 경희대, 한국외대 등이 다음달 15일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16일 연세대.중앙대 △19일 성균관대 △26일 한양대 △8월9일 고려대 등 대학별로 실시되며, 합격자는 8월20일까지 발표된다.

면접.구술 고사에서는 도덕성, 사회성, 자아관, 세계관 등 인성과 가치관, 논리적인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 예절과 태도, 새로운 경험을 통합하여 새로운 사태에 적응하는 일반적 능력을 평가한다.

전공과 관련된 사항으로는 전공 분야에 대한 관심도와 기초 지식, 적성 등을 측정하는 질문들이 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각 대학에서 출제되고 있는 면접.구술 고사의 문항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학교와 학과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내용으로 학교 및 학과의 지원 동기, 장래 희망, 진학 후 수업 계획, 졸업 후 진로,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 취미와 특기, 자신의 장.단점, 사회 봉사 활동 경험, 생활 신조 등 기본적인 학과 적성과 개인 성향에 관한 질문들이다.

둘째, 어떤 사태에 대처하는 판단 기준, 인간관, 인생관, 사회관, 국가관, 자연관, 종교관 등의 가치관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타인과 공존하려는 의지 등의 인성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펼치는지 측정하는 유형의 질문들이다.

"왜 노인들이 존중받아야 하는지 설명해 보라",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의 장단점에 대해 말해 보라",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들고 그 이유를 말해 보라", "낙태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말해 보라" 등의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정치.경제.사회.문화.윤리.환경 등의 영역에서 널리 알려진 쟁점에 관한 내용 등과 같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질문들이다. "왕따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말해 보라", "학교 붕괴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말해 보라",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 그 예이다.

넷째는 전공 학문의 특성이나 일반적 쟁점에 관한 내용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이에는 전공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측정하는 질문과 다소 전문적인 지식과 관심도를 측정하는 질문이 있다. 실제 사례를 계열별.분야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인문 계열

1)기본소양 평가=기본소양을 평가하는 문제는 전 계열 공통 문제로서 인성과 가치관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같은 문제로는 자신의 장단점이나 취향 같은 자기 소개 외에 최근의 시사적인 제재로 출제한 문제가 한두 개씩 제시됐다. 이러한 문제는 되도록 사회 현상과 고등학교 교과 지식을 연결지어 답변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와 같은 대학은 계열 공통으로 영어 지문을 제시한 뒤, 읽고 내용을 요약, 해석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영어 원서 강독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는 면접에 앞선 인문계 논술고사와 지필고사에서, 중앙대는 학업적성검사에서 부분적으로 영어 제시문을 읽고 논술하도록 했다. 제시된 영문은 사회 쟁점과 관련된 한두 단락 길이로 난이도는 수능 외국어 영역보다 약간 어렵다.

2)전공소양 평가=인문계 전공소양 면접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사적인 현안과 전공의 기본 원리나 개념을 연결짓는 문제가 가장 많았다. 또 전공의 기본 원리를 측정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처 방법이나 해결 방안을 묻는 문제도 여럿 출제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되도록 출제된 사회 현상을 윤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국사, 세계사, 지리 등의 과목별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답변하는 것이 좋다.

자연 계열의 전공소양 평가와 달리 인문 계열에서는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나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벗어난 문제도 출제됐다. 특히, 어문계열 학생은 질문에 대비해 지망하는 학과에 해당하는 고전적인 문학 작품 한두 가지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해당 국가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미리 정리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자연 계열

1)기본소양 평가=자연 계열에서는 자기소개서 내용이나 시사 쟁점을 제재로 하는 질문을 한두 개 던져 인성과 가치관, 공동 의제에 대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상에 관한 문제에는 자신의 장.단점이나 성장 과정이 자신의 성장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답변하고, 최근의 시사적인 제재로 출제한 문제는 되도록 사회 현상과 고등학교 교과 지식을 연결지어 답변하는 것이 좋다.

2)전공소양 평가=수학과 물리, 화학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 전공과 관련된 기본 원리나 기초 지식, 또는 이를 적용하는 응용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수능이나 내신으로는 측정이 안 되는 부분을 알아보려는 평가로 수능시험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출제됐다. 첫째는 고등학교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의 기초 과목에서 중요한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묻는 문제, 둘째는 과학 일반이나 지구 환경, 자연 과학의 기본 원리와 개념이 일상 생활에 적용되는 사례에 관한 응용 문제이다.

예컨대 성에가 끼는 이유, 무지개의 생성 원리, 미끄럼 방지용으로 소금을 뿌리는 이유 등 생활 속의 과학 원리에 관한 것이다. 셋째는 인간 복제, 게놈 프로젝트, 환경 호르몬과 같이 자연 과학의 기본 원리와 개념이 사회 현상에 적용되는 사례나 자연 과학과 관련된 시사 문제이다.

우선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면접에서는 인성 평가에 관한 기본 사항 외에 시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기본소양 평가뿐만 아니라 전공 적성 평가에서도 신문과 방송에 화제가 됐던 시사적인 현안이 면접 제재로 많이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쟁점 토론이나 텔레비전의 토론 프로그램 내용 보기, 신문 구독 등의 방식으로 시사 문제에 대한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시사 문제에 관한 관심은 수능시험의 사회 탐구, 과학 탐구와도 관련이 있어 수능시험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자연계의 전공소양 평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과학의 원리를 쉽게 풀어쓴 책 읽기, 신문의 과학 관련 기사 읽기나 방송의 과학 다큐 프로그램 시청, 과학 전문 잡지의 구독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각 대학들이 고교 교과 과정에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는 학생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므로,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지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

영어 실력 향상은 면접.구술 대비의 기본이 됐다. 주요 사립대들은 영어 지문을 제시한 뒤 견해를 물어보거나 지필고사, 학업적성검사 등에서 영어 평가를 실시한다.

제시된 영어 지문은 사회 쟁점과 관련된 한두 단락 길이(400∼600자 정도)지만 수능 외국어 영역보다 다소 어려운 수준이므로 평소 영어 공부 때 깊이를 조금씩 더하는 편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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