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김수환 추기경 방문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0일 오후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 40여분간 환담했다.이 자리에서 노 후보가 "(정치권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쟁을 해야하는데 일을 제쳐놓고 싸우는 모습만 보여 면목없다"고말하자 김 추기경은 "너무 싸워서 국민이 어지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노 후보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려운 사람들과 가까이 해왔고 그들에게 희망을 줘온 분 아니냐"며 "요즘 마음으로부터 참 어려울 것이나 시련이 나중에는 플러스가 되지 않겠느냐"고 격려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저같은 사람을 알기나 하실지 생각했는데 감사하다"며 "열심히 하고 시련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노 후보는 또 "지난 86년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로부터 집사람과 함께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도 얻었지만, 열심히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나가 프로필 쓸 때 무교로 쓰는데 일부 신부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해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추기경이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자 노 후보는 "희미하게 믿는다"고 답했고, 김 추기경이 "확실하게 믿느냐"고 재차 묻자 노 후보는 고개를 떨군 채 답을 않다가 "앞으로 프로필 종교란에 '방황'이라고 쓰겠다"고 신앙고백을 했다.

또 김 추기경이 "노 후보가 몰두하는 정치라는 것은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권력을 좇는 것이기도 한데 그게 답을 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노 후보는 "정치만 갖고는 다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다시 김 추기경은 "돈도권력도 아니다"면서 거듭 '믿음'을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노 후보에게 "하느님은 노 후보를 잘 알고 계신다. 하느님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모든 것을 맡겨라.언젠가 실천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성경책과 묵주를 선물했다.

배석한 김덕규 의원이 "노 후보가 고해성사를 한 것 아니냐"고 하자 김 추기경은 "반쯤은 그렇다"고 말하면서 노 후보에게 "죄책감을 갖지 말고 하느님을 의지하라"고 조언했고 노 후보는 "앞으로 마음으로 성경을 읽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처음으로 김 추기경을 단독 면담한 노 후보의 예방엔 김덕규 의원과 정동채 후보 비서실장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