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고액과외는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표어까지 붙여놓고 있으면서, 월드컵경기에서 '16강 문턱'을 넘기위하여 '100만불+α '라는 거액으로 감독선생님을 모셔다가 국가가 선수들에게 고액과외를 시키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도 비슷한 액수로 유럽 감독을 모셔왔고, 워낙 유명한 선생이라 그것도 비싼 게 아니라지만 고액은고액이다. 중국은 인구가 13억이나 되니까 일인당 1원씩만 내면 되고, 일본은 경제가 하락세에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보다는 부담이 덜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MF위기를 겨우 벗어나 고실업에 노숙자가 산재해 있는 현 경제상황 하에서 축구잔치에 그것도 외국인에게 고액과외를 받는다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쪽집게 과외선생'이었는지 우리 한국은 16강을 넘어 8강에 진입함으로써 경제적인 면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되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더우기 한 민간연구소가 국가브랜드 홍보가치는 3조2천600억원, 한국기업 이미지제고는 16조7천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보도는 기타 사회적 효과와 맞물려 과외비투자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와 예측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심기가 불편한 국민들이 제법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이번의성과가 마치 선생님 혼자 잘 가르쳐서인 것처럼 선생에게만 지나치게 공치사하는 것도 모자라 동상을 세운다는 둥 어이없는 우상화 발상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이 아무리 좋아도 학생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되고, 학생이 아무리 과외하고 싶어도 부모가 돈 대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이상의 성적을 올리게 된 것은 감독.선수.국민의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이며 그 중 최대 공로자는 우리 한국의 국민인 것이다.
그러므로 감독에게 α 에 또 α 를 보태 과다한 보너스를 주는 것도 좋고, 잘 싸운 선수들에게 포상금에 병역혜택까지 얹어 주는 것도 좋지만, 고액과외비 대느라 허리 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과 거리에서 열과 성을 다해 기도하고 응원해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보답은 이번에 국민들이 창출해낸 애국심과 공동체의식을 계속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환경을 정치체제개혁을 통하여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월드컵경기는 막을 내린다.
그러면 축구열풍에 잠시 가려져 있던 흉악한 모습들이 또 다시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아들들의 비리.정치인들의 이전투구, 6.13지방선거의 후유증 그리고 월드컵 특수에 기대를 걸었던 상인들의 찌그러진얼굴들이 모두모두 나타날 것이다.
만약 정부와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보여준 단합정신에 고무되어 이 모든 문제를 방치해도 오른팔을 함께 흔들어 줄 것이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한다거나 이 승리에 들뜬 열기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므로 더 못난 모습을 보여도 양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또 다시 '눈 가리고 아옹'식의 개혁을 외친다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홍색열풍에 기름이 뿌려져 폭발함으로써 거대한 국민적 분노의 시위물결이 일어나거나, 혹은 달구어진 불덩어리에 찬물이 순식간에끼얹어져 극단적인 냉소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정치외면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성과로 기대되었던경제파급효과는 그대로 침잠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신속하고 공명한 정치체제개혁이 진행되어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민들은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그 기대와 지지를 정치쪽으로 돌려 우리 한국이 체육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줄 것이다.
이로써 고액과외는 정치적 파급효과까지 유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우리 교육에 고액과외열풍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방지해야 한다.
조수성(계명대 교수.중국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