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염녹인 4천만 '용광로 함성'

온 천지가 축구인파로 뒤덮였다. 거리, 공원 등 전광판과 대형 TV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온통 붉은 물결이다.

6월말의 내리쬐는 뙤약볕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승리를 기원할 뿐이다.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 흥분과 긴장감은 시간이 갈수록 일체감을 더해준다.

대구·경북시도민 60만을 비롯 전국적으로 사상 최대의 600만 인파가 하나되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22일 4강 진출 길목에 나란히 선 한국과 스페인간의 일전을 맞아 전국민의 눈과 귀가 '빛고을' 광주벌로 쏠렸다.

한강 이남의 최대 길거리 응원장인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는 이날 오전부터 시민과 붉은악마들의 붉은 티셔츠 행렬이 이어지면서 20만 인파가 운집했다.

'우승 코리아'를 연신 외치는 대구 붉은악마 박동문(27) 회장은 "그동안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응원을 했는데 오늘은 범어네거리를 응원장으로 삼았다"며 "4천여명의 붉은악마와 250만 대구시민들이 함께 4강신화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고 말했다.

길거리 응원장으로 개방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시민운동장 야구장,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등도 오전 일찍부터 대형스크린 점검과 응원도구를 설치하는 등 응원준비를 마쳤다.

동대구역과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는 오전부터 광주로 향하는 붉은 악마와 시민들의 붉은 띠가 이어졌다.

대학생 이창수(25·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경기에 지고도 승복하지 않는 이탈리아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4강은 물론 우승까지 해야 한다"며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얼굴에 '우승'을 페이스 페인팅하고 범어네거리로 달려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직장인 이태원(40·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려고 했는데 한국의 8강전때문에 취소했다"며 "온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오늘도 이길 것"이라고 '파이팅'을 외쳤다경북도내에서도 26곳의 실내·외 응원장에 주민 16만4천여명이 모여 한국팀의 4강 진출을 염원했다.

포항 포스코 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포항시민 2만명이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파도타기 응원으로 빛고을에서 선전하는 한국 대표팀에 힘을 실어 줬다.

토요일을 맞아 반일차 휴가사용이 많은 덕분에 '재택 응원단'도 많았다. 용흥동 우방아파트와 포스코 주택단지 및 양학동·이동지구 등 대형 아파트단지에도 응원 목소리가 넘쳐 났다.

경산 시민회관에서 연수를 받던 경북도 학원연합회 회원 800여명도 오후 3시부터 교육을 중단하고 시민 등 200여명과 함께 대형 스크린을 보며 열띤 응원전을 폈다. 대구가톨릭대 대강당에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함께 한 가운데 학생 3천여명이, 경일대 도서관에는 학생 500여명이 공동 응원전을 폈다.

구미시민운동장에선 경기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30분부터 주민 5만여명이 모여 구미문화원의 한두레 농악단, 금오공대의 밴드, 오색연막탄 쏘기, 유재신 무용단의 월드컵 북춤 등을 즐기며 일찌감치 응원전에 나섰다.

봉화군민 1천500여명은 군민회관에, 영주시민 1만여명은 서천둔치와 경북전문대 대강당에 모여 폭염 속에도 목이 터져라 열띤 응원을 펼쳤다. 영주시와 시생활체육협회는 야외 대형스크린 뒤에 차광막을 설치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포항·김천·구미·문경종합운동장 등 단체 응원이 펼쳐진 곳에 경찰 1천500여명을 배치했으며, 경북도 소방본부도 구급차 등 68대와 응급요원 200여명, 소방공무원 1천600명을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수용·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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