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통령의 사과와 아들의 구속

김대중 대통령은 차남 홍업씨의 구속을 즈음하여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과가 모두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간접사과였거나 국무회의나 각부처 업무보고 발언을 통한 발언록 사과였지 한번도 이러한 직접사과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진실로 국민의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실 검찰이 밝힌 차남의 범죄 혐의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6·13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 그대로이다. 청와대는 물론 검찰·국세청·금감원 등 굵직한 권력기관에 대해 청탁로비를 했다는 것은 바로 국정을 농단 했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청탁 받은 검찰 등 권력기관들이 청탁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불법여부가 새로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정한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홍업씨의 평소 주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 행사기간 중에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세계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홍업씨에 청탁하면 성공률 100%"라는 말이 나돌 정도의 권력기관에 대한 청탁 등 후진국형 로비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저의 처신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했다"는 발언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충분히 그렇게까지 생각할만하다 하겠다. 물론 '처신에 대한 숙고'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만약 일부에서 추정하듯 헌정중단을 의미한다면 오히려 무책임한 처신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대통령 자신이 내린 결론처럼 '자식문제는 법에 맡기고 국정에 전념하는 길'이 적절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번 발표는 민심수습을 위한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고 민주당내에서까지 비판의 소리가 있는 아태재단 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다. 청와대 대변인이 사견으로 말한 "아태재단은 앞으로 그 처리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해명만으로는 모자란다 하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