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구미술의 영광

아주 가끔 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때가 있다. 이제 막 40줄에 접어든 화가들이거나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만날 때면 세대차이가 나고 사람은 달라도 서로간에 오고가는 말은 거기서 거기일때가 많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듣게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대구미술의 명성과 현재 우리의 모습에 대한 염려와 안타까움이다.

대구는 60, 70년대에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지금은 서울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대와 거기서 수많은 작가 지망생이 쏟아져나오고, 꽤 많은 화랑이 있고, 수도 없이 전시회가 열리는 등 양적인 면에서는 그 어느 도시보다 앞서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구미술의 질적 발전을 자신있게 말하는 목소리보다 그렇지 않은 목소리가 큰 이유는 뭘까? 지역의 자부심이 돼야할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현실이나 점점 정치판을 닮아가고 있는 미술단체의 모습, 갈수록 얇아지는 미술애호가 층과 어려울대로 어려워진 화랑의 형편은 대구미술의 미래를 점치는데 있어 긍적적인 요소가 아님에 틀림없다.

그러나 환경을 탓하기 전에 부산 광주 등 타 지역의 발전을 그냥 보고만 있었던 대구 미술계 스스로에 문제는 없었던 것일까? 대구 미술계의 영광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지난 13일에 끝난 지방선거기간 중 모 방송사에서 대구시장후보자들의 정책토론회를 연 적이 있었다. 토론회 마무리에서 경북대 김형기 교수는 이런 말로 대구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대구는 협력하지 않고, 사람을 키우지 않으며, 존경할 만한원로가 없는 도시다". TV를 보면서 나는 김 교수의 뼈아픈 지적에 깊이 공감하였다. 대구의 이런 모습이 지역미술계가 안고있는 문제와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간이든 지역간이든 소통에인색한 대구의 전통적 지역성과 더불어 협력하지 않는 미술계의 모습은 우리의 잘못이며, 제자나 후배를 키우지 않는 것은 앞서간 선배들의 잘못이요 또 존경할 만한 원로가 없다는 것은 후배되는 이의 허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역미술인들의 뼈아픈 반성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뒤따른다면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김혜경(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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