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극장가 동시 노크

단순히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SF영화는 아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최첨단의 특수장비가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SF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SF' 간판을 내건 영화가 종종 내러티브를 상실하고 활극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가상세계에서 펼쳐지는 호러액션게임 '레지던트 이블'과 2020년 국적없는 디스토피아를 무대로 한 한국판 SF '예스터데이'가 개봉했다.가까운 미래 국가권력보다 강력한 엄브렐러사의 비밀연구소에서 바이러스 유출사고가 일어난다.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 레드퀸은 연구소를 봉쇄하고, 감염을 우려해 모든 직원을 죽인다. 특수부대가 연구소에 투입되고, 연구소 입구직원이었던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를 동행한다.

앨리스는 레드 퀸이 살포한 신경가스에 노출돼 기억이 불완전한 상태.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기억은 되살아난다. 레드퀸의 방어시스템을 뚫고레드퀸을 재부팅하지만, 연구소를 빠져나오려는 일행을 맞이하는 건 좀비가 된 연구원들이다.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액션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영화화했다. 여전사로 분한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도 같은 세계에서무작위로 떠오르는 기억과 싸우며 음모를 풀어나간다. 영화 '큐브'를 연상시키는 백색통로의 파란색 살인 레이저 광선은 보는 이의 숨을 멈추게 한다.

영화 '예스터데이'의 배경은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킨다. 2020년 통일된 한반도에는 교역특구로 설정된 '인터시티'와 국경지역 우범자들의소굴인 게토가 공존하고 있다.

은퇴과학자들을 노린 연쇄살인사건이 잇따르자 SI(특수수사대)가 투입되지만, 범인 골리앗(최민수 분)의 인질극 현장에서 SI팀장인 윤석(김승우 분)은아들을 쏘게 된다. 경찰청장마저 납치되는 상황에 이르자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지고, 범인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골리앗이 DNA조작을 통해 인간병기로 태어났으며, 석이 골리앗의 DNA를 복제해 태어났다는 것.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골몰하는 골리앗과 석의 대결속에 긴장을 고조시킨다.'에스터데이'는 충무로에서 만들기 힘든 SF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SF영화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볼거리만 신선할 뿐 영화의 무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잊어먹었다.

종료자막이 올라올때까지 왜 골리앗이 세상을 파괴하려하는지, 석은 무엇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지 의문을 풀기 어렵다. 동기가 결여된 액션은 주제의심오함과 헛돌게 되고, 관객을 납득시키기 어렵게 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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