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독립영화협 손영득 대표

"독립단편영화는 양적으로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선 단편영화 본래의 정신이 다소 퇴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편영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도기라고나 할까요".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2층에 위치한 '대구독립영화협회'에서 협회 손영득 대표(36.계명문화대 멀티미디어계열 교수.사진)를 만났다. 그는 현재 국내 단편영화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손 교수는 '욕망' '못' 등 독립애니메이션을 제작,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본선에 출품한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하다."90년대 후반과 비교해보면 '재밌는 영화'는 많아졌지만, '괜찮은 영화'는 줄었습니다.

단편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 상당수가 보기 쉬운영화를 추구하고 있어요".90년대 중반까지 영화운동차원에서 시작된 단편영화는 '예술.저항'의 색깔을 띠었다면, 이후엔 운동의 성격이 약해지면서 일상적인 소재에 재미를혼합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

실제 협회가 주최하는 '대구단편영화제'의 경우 지난 1회 170편, 2회 250편, 이번에 개최하는 3회째는 300여편이 출품될 전망이다. 정체성의 혼란속에선 '다양성의 확대'라는 청신호도 엿볼 수 있다.

"단편영화 몇번 찍다 뜨거나, 시나리오가 떠서 영화감독이 되는" 식의 폄하는달리보면 영화시장으로의 진입이 쉬워졌다는 얘기일수도 있다.

지난 2000년 3월 출범한 '대구독립영화협회'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규모의 영화제를 꾸리는 단편영화의 산실이다. 협회는 충무로중심의 상업적인 영화에 대항, '예술성' '사회적인 메시지' '작가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극영화 부문의 '시야 SEEYA', 독립애니메이션 부문 '모션&픽처' 등 산하 독립영화 제작단체들은 전국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거나, 16㎜ 촬영 워크숍, 영화제작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영화제를 통해 신인감독의 영화를 발굴.선보일 뿐 아니라 촬영에 필요한 영상기기.기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영상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조언자 역할이 큰 몫. 이미 지난해 영상포럼을 통해 '잘 만들어졌지만 배급이 되지 않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상미디어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협회는 오는 7, 8월 10~15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한여름밤의 야외 단편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러닝타임이 짧다거나 16㎜로 촬영했다고 해서 단편영화라고 할 수 없듯, 예술성이나 작가주의만을 독립영화의 본성이라고 고집할 수 없게 됐다.

관객의 입맛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황금비율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독립단편영화가 존립하기 위한 과제로 점쳐지는 대목이다.대구독립영화협회 홈페이지 www.difa.co.kr.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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