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중석-"다섯번째 챔피언 눈앞"리우 시민 열광

◈승리자축 노란색 물결

○…브라질이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2002한일월드컵축구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대1로 꺾고 4강에 선착하자 리우 데 자네이루를 비롯한 브라질 전역이 온통 승리를 자축하는 삼바춤의 물결에 휩싸였다.

새벽 3시30분 경기가 시작돼 밤을 꼬박 새우며 리우 시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 모여 중계를 지켜보던 수천명의 열성 팬들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20분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다섯번째 챔피언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연호했으며 시내는 순간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전반 23분 선제골을 내주면서 시작된 침묵은 히바우두가 전반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뿜어내자 환호로 돌변했으며 호나우디뉴의 역전골이 터지자 승리를 확신한 듯 시내가 노란색 물결로 소용돌이쳤다.

한편 팬들은 승리에 흠뻑 젖어들면서도 후반 12분 이날의 히어로 호나우디뉴를 퇴장시킨 멕시코 주심의 레드카드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퍼부어댔다.

한 열성팬은 "터키-세네갈 승자와 준결승을 포함해 아직도 2게임이 남았는데 호나우디뉴가 다음 번에 나오지 못한다면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며 "주심의 판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영국전역 '올스톱'

21일 새벽부터 일어나 TV를 시청한 영국 축구팬들은 잉글랜드가 호나우디뉴의 퇴장으로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 브라질에 끝내 무릎을 꿇자 우승의 꿈을 접고 4년후를 기약했다.

모두 3천여만명이 출근을 아예 포기하거나 새벽부터 출근, TV를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 이날 시즈오카에서 실황중계한 공영 BBC와 ITV 등 현지 언론과 축구팬들은 "10명과 싸워서 진 것이 가장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그러나 잉글랜드는 선수들이 젊어 많은 것을 배운 계기가 됐다. 4년 후를 기약하자"고 덧붙였다.

이들은 전반은 잉글랜드가 매우 잘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영국이 오는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선전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 시작을 전후해 영국 전역은 "올스톱" 상태에 빠졌으며 전국 3만5천여 펍에는 축구팬들이 이른 새벽부터 모여 경기를 관전했다. 학생들도 일찌감치 등교, 교실이나 강당 등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들었고 직장인들도 경기시간에 앞서 출근해 사무실에서 TV를 시청하는 바람에 통근열차 회사들은 평소보다 러시아워를 앞당겨 열차를 증편했다.

또 경기 직후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로 인해 이날 아침에는 러시아워가 2번이나 연출됐다. 수백만명의 직장인들이 아예 출근을 포기하기도 했으며 경기 시간 영국 전역의 전기 사용량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도심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32m짜리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봤던 축구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제학자들은 이날 경기 시청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10억파운드(약 1조8천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용장'스콜라리 뚝심의 승리

○…'삼바의 용장'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뚝심이 결국 '종가의 지장'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의 냉철한 이성을 무너뜨렸다.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이날 지금까지 질베르투 실바와 짝을 이뤄 중앙 미드필더를 책임졌던 주니뉴 파울리스타 대신 16강전에서 호나우두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공격형 미드필더 클레베르손을 처음으로 선발 출장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명으로 늘려 불안한 수비를 보완하라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지만 보다 공격적인 클레베르손을 투입시켜 지금까지 유지해 온 공격 축구에 더욱 힘을 실은 것.

이에 맞서는 잉글랜드의 에릭손 감독은 지금까지 단 1골밖에 내주지 않은 애슐리 콜-솔 캠블-리오 퍼디낸드-대니 밀스로 짜여진 탄탄한 수비라인을 발판삼아 역습을 노리는 작전으로 가져갔다.

브라질이 호나우디뉴의 퇴장으로 10명이 맞서는 위기를 맞자 스콜라리 감독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여러 차례 추가 득점의 기회를 만들며 압박을 계속했다. 다소 부진했던 호나우두를 빼고도 수비를 보완하는 대신 스트라이커 데니우손을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

결국 마지막까지 브라질의 공격에 신경써야했던 잉글랜드는 끝내 브라질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철저히 계산된 역습을 무기로 내세운 에릭손 감독은 스콜라리 감독의 공격 축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베컴 풀죽은 표정

○…브라질이 잉글랜드를 2대1로 꺾고 승리를 확정짓자 관중 대부분을 차지한 잉글랜드 열성팬들은 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브라질 팬과 일반 관중들이 교통혼잡을 우려해 속속 경기장을 빠져나가 전철 등 대중교통편에 몸을 실었지만, 잉글랜드 팬들은 30분 가까이 자리를 지킨 채 국가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며 아쉬움을 달랬다.

본부석 위 취재석에서 잉글랜드를 응원하던 한 일본계 영국 여기자도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동료 품에서 흐느꼈다. 경기장 바깥은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가와 함께 데이비드 베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려는 일본 여성들의 탄식이 뒤섞여 더욱 소란스러웠다.

고개 숙인 잉글랜드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을 나서자, 몰려드는 여성들때문에 잠시 경찰 저지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베컴은 풀 죽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고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BBC 골키퍼 실수 질책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21일 일본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8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브라질에 1대2로 역전패한 뒤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실수를 가장 심하게 질책했다.

BBC는 경기 직후 인터넷 홈페이지(www.bbc.co.uk)를 통해 브라질-잉글랜드전에 출전한 선수들에 대한 평점을 매기면서 동점골을 터뜨린 브라질의 히바우두와 역전골의 주인공 호나우디뉴에게는 10점 만점에 9점을 부여했지만 잉글랜드 골키퍼 시먼은 4점의 낙제 점수를 줬다.

BBC는 시먼이 지나치게 안절부절하다 어이없이 두번째 골을 허용했다고 지적한 뒤 "시먼은 실점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자신의 마지막 국제경기를 비극적으로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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