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워".
한국대표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열기가 더해지면서 지역 문화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극장, 연극공연장, 미술전시장 등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름을 앞둔 6월은 극장으로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성수기. 그러나 요즘 극장관계자들은 텅 빈 관람석을 바라보면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구극장협회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평균 절반 이상 관객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극장, 중앙시네마 등은 한국경기가 없는 날은 50%가량, 한국전이 있는 날은 70~80%까지 관객이 줄었다. 한국과 이탈리아전이 열린 18일에는 아예 영사기를 멈춰 버린 영화관이 대부분.
취화선을 개봉한 시네마M은 "젊은 사람보다는 40,50대가 주 관객층이어서 30%가량 관객이 줄었을 뿐"이라며 애써 위안하는 형편.
한일극장 이수관 부장은 "한국이 어떤 성적을 내든 월드컵이 끝날때 까지 실적이 형편없을 것"이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연극계도 월드컵 열기를 비켜가지 못했다. 21~30일 연극 '오픈커플'을 공연하는 극단 '연인무대' 한전기 대표는 "당초 한국팀이 이만한 성적을 올릴지 예상하지 못하고 스케줄을 잡았다"면서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제대로 무대를 꾸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17,18일 극단 예전이 대구시민회관 무대에 올린 '빼앗긴 들 다시피는 봄'에는 첫날 600여명이었던 관객수가 이튿날 6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극단측은 할 수 없이 8월말 재공연 계획을 세운 상태.
미술전시장에도 관람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기는 마찬가지.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2002'가 열리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는 하루종일 관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탈리아전이 열린 18일에는 고작 몇십명의 관객이 왔다갔을 정도.
김정기 대구청년작가회 회장은 "오랜만에 지역에서 괜찮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월드컵 때문에 많은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최병고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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