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서 아카데믹한 화풍 연수

"러시아에서 그림 공부를?"

레핀 아카데미(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 연수단이 6월말 또다시 러시아로 간다.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1844~1930)의이름을 딴 250년 전통의 미술학교에서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97년 처음 시작한 이래 다섯번째 열리는 이번 연수는 구상 미술을 공부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에서 배울 것이 뭐 있다고…"라는 주위의 눈총이 적지 않지만, 매년 연수단을 이끌어온 이원희(47.계명대 서양화과) 교수는 이를 별로 개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학생들에게 작업 습관을 새로 가르쳐주고 아카데믹한 그림을 실컷 보여주는데 이만한 곳이 없다고 확신했다. "한국 대학의 미술 교육은 일주일에 열시간 안팎의 실기 수업을 여러 분야에 걸쳐 하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한 분야를 놓고 매일 5시간에 2, 3시간을 추가하는 교육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과 달리 사실주의적 정확성과 인상주의적 과학이 접목된 경향을 보여 우리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예찬론을 폈다.이번에는 계명대 서양화과를 중심으로 서울대, 국민대 학생 등 젊은 미술학도 15명이 참가한다. 학생들에게 연수를 떠나는 이유를 물어봤다.

"국내에는 없는 그림을 맘껏 보고 싶어…"(김현순) "그곳 학생들의 공부하는 자세와 열정을 체험하고 싶어…"(곽영민) "미술학도로서 다양한 경험과 문화를접하고 싶어…"(이석규).

참가자들은 빡빡한 수업과정, 낡은 기숙사,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등으로 한달동안 적지 않은 고생을 하겠지만, 그만한 성취감을 얻을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귀띔.사실 이 교수가 레핀 아카데미 연수를 시작한 이래 대구에는 '레핀 유학파'그룹이 생겨날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현재 4, 5명의 20대 후반, 30대 초반 유학파들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젊은 화가 20여명이 레핀 아카데미에 유학을 갔다.

이 교수는 "5, 6년후 소묘, 유화 등에서 미술의 기초를 탄탄히 갖춘 작가들이 쏟아져 나오면 대구 구상미술의 수준이 한 두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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