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치에도 부는 '월드컵 바람'

지금까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던 우리 정치에도 월드컵 4강바람이 불어 앞으로는 희망의 정치로 바뀔 것인가. 물론 이 엄청난 꿈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의 바람을 인식하고 후반기 국회구성을 위해 대화에 나선 것부터가 진일보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권력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민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명분으로 연기하나 하면 앞으로는 열린 정치, 투명정치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정치부패근절대책위에서 부패근절과 정치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양당 모두 오는 8월 재.보선에는 전(前)의원 부인을 대리 공천하는 등의 정실주의는 배제키로 했다. 오는 12월 대선을 위한 필승전략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정치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원구성을 위한 걸림돌의 하나였던 국회의장 선출을 자유투표로 한 것은 타협의 산물이기는 해도 정치발전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금까지는 의원 수와는 관계없이 으레 여당의 몫이었다.

민주당 역시 대통령이 탈당했음에도 정책여당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몫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국회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유투표야말로 한국적 현실에서는 정치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정당간 부의장단 구성과 상위위장 배분문제 등을 싸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원구성이 늦어지고 있으나 적어도 월드컵이 끝나기 전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국 양당 모두 월드컵 열기가 가져온 국민적 압력에 의해 정치의 개혁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국민적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의도도 있겠지만 국민적 지혜를 모아 순수하게 치른다면 그러한 비판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정치도 바뀌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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