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W(월드컵) 세대'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 조짐들은 교과서적인 예견이 아니라 현실적.체감적인 양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그 거센 물결을 좋든 싫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으며, 새 시대를 여는 그 소용돌이를 애정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기성 질서는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키기도, 그들의 문제를 풀어주기도 어려우며, 통제하거나 길들이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오래된 제도와 관념에 대한 신뢰를 잃은 신세대는 방황하고 좌절하면서 대안적 출구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들에게 중요한 관계는 기계.기술과의 관계다. 이 때문에 그들은 기술과 정보의 바다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받고 있을 거다. 인간성 불모화와 경쟁.소외.단체정신 상실 등으로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어, 역으로 세상의 인간화.협동화를 목말라 하게 되는 건 아닐는지…. 나아가 그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신화를 향한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붉은 물결'로 한반도를 뒤덮는 거리 응원의 주역인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소위 'W(월드컵) 세대'가 뜨고 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인파를 거리로 이끌어낸 이들은 근엄하고 딱딱한 애국가를 흥겹고 친근한 문맥으로 바꿨고, 기성 세대 못지 않는 국가에 대한 뜨거운 긍지와 흥겨움을 동시에 연출하는 축제를 일궈냈다.태극기 패션, 페이스 페인팅 등 갖가지 파격적인 문화현상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특히 'W세대'의 애국심은 그 이전 세대와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표출된다. 민주화 투쟁이라는 비장함 속에서 달궜던'386세대'의 애국심과는 달리 정치.경제적 발전과 스포츠를 통한 신화 창출에 대한 자부심에서 발로된 그것이다.

다소 불온시되던붉은색을 전면에 내세우고, 신성시하던 태극기를 패션화하는가 하면, 국호를 눈높이로 가져온 파격은 충격적이면서도 눈부셨다.'열린 개인주의'가 가져온 기성에 대한 창조적 파괴이자 대립 관계였던 전체주의와의 '융화'의 길이 아니었는지….

▲오늘밤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행'을 놓고 우리 축구대표팀이 '전차군단'으로 일컬어지는 유럽강호 독일과 역사적인 준결승(4강전)을 치르게 된다. 전국에서는 70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붉은 물결을 이루는 사상 최대의응원 축제가 예상된다.

아니, 4천700만이 기꺼이 '붉은 악마'가 되리라. 하지만 월드컵이 '개최국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W세대'는 거리 응원의 주역답게 당당하고 화끈한 축제로 이끌되 그 뒤풀이는 질서정연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해주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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