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자랑스런 영웅들을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사건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4강 신화'를 창조한 이번 월드컵 대회도 한국은 국제무대에서크나큰 사건을 일으킨 꼴이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월드컵 말고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대표적인 케이스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손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상이란 점에서 의의도 컸지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세계 만방에 알리는 기회로 이만한 것도 드물다.

한국영화 100년 사상 최초의 쾌거라고 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200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도 놀라운 소식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한국인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와 김병현 투수, LPGA에서 통산 15번의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 선수, 미 PGA 우승자 최경주 선수 등의 활약은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인상을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게 각인 시키고 있다.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백남준과 성악가 조수미가 쌓아올린 국제적 명성 등도 국제무대에서 한국인이 보여준 놀라운 사건들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영웅들

2002 FIFA 월드컵 대회. 한국은 이 대회를 통해 또 한번 세계적 사건을 일으켰다. 아니 세계를 충격 속에 빠트렸다.비록 결승 진출을 앞둔 어제 밤 경기에서 아쉬운 고배의 잔을 마셨지만 한국 축구는 변방 축구국가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조직력과 체력, 기술면 등에서 한국의 축구는 유럽의 강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당당한 실력자임을 세계인에게 확인시켜 준 것이다.더욱이 우리의 23명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력은 한국만이 가진 기막힌 자랑거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변과 화제를 뿌린 세계인의 축제인 2002년 월드컵 대회는 한국인을 위한 대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장한 한국인들은 모두가 나름의 인고의 세월이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톱 10에 선정된 박찬호 선수의 중학교 시절 얘기다. 그는 누군가가 투수로서 담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매일 밤 공동묘지를 찾아 1천 번의 스윙 연습을 하면서 담력을 키웠다고 한다.

성악가 조수미는 1년 중 11개월을 외국의 호텔 방을 전전한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의 천사로 보이지만 그에게는그만의 외로움이 있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의 주역인 23명의 태극전사들 역시 자신과 싸움을 위해 피눈물 나는 시간을 보냈다. '4강신화'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그들에게는 '창조의 고통'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윤택케 하는 밑거름

이번 월드컵 대회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경제적 성과 말고 가장 큰 성과라면 국민적인 자신감일 것이다.언제 우리 국민이 이렇게 단결된 모습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폭발 한 적이 있었던가. 외침(外侵)에 시달려온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우리의패배 콤플렉스는 이번에 모두가 날아가 버렸다.

수십, 수백만이 하나로 똘똘 뭉쳐 응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계 1등국으로서의 우리를 확인한 것이다.특히 붉은악마들이 연출한 역동적이면서 질서정연한 응원 문화는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저력이었다.이제 우리는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영웅들에게 오래도록 기념될 선물을 안겨주자. 얼마 전 임권택 감독이 노벨상과 맞먹는다는 칸 감독상을 받았을 때 한국 영화계에선 한국정부의 인색한 영웅대접에 볼멘 목소리를 냈다.

선진외국과 대조가 되는 한국 관료들의 상황인식에 대한 불만이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에게도 일회성이 아닌 영원히 기억될 선물을 주자는 것이다.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 흔히 얘기되는 히딩크 광장이나 선수들의 이름을 딴 도로나 경기장과 같은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영웅들에게 오래동안 자긍심을 갖게 할 이러한 선물들은 제2, 제3의 영웅들이 길러질 토양이 될 것이고 나아가 우리사회는 한층 더 윤택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지역본부장 우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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