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내 사정이 어지럽다. 노무현 대선후보측이 DJ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아태재단 사회환원을 주장하고 나서자 동교동계는 이에 맞서 반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당내 쇄신파의 일부 의원들이 "김대중 대통령은 내치(內治)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까지 내놓자 청와대측까지 "잔여 임기동안 식물의전(植物儀典) 대통령으로 남으란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염량세태(炎凉世態)란 이런 것인가. 한때 여권의 핵심을 이루던 실세 인사들이 이제는 '탈(脫)DJ'만이 민주당의 살길인 듯이 서둘러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절연을 외치고 나서는 모습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우리 정치 풍토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DJ의 세 아들 비리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되레 꾸짖고 감싸기에 급급했던 저들이고 보면 정치 무상(無常), 인생무상의 마음이 앞선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행보도 특이하다. 민주당 경선후보때는 "대통령과의 의리는 지킨다" 했고 지방선거전까지만 해도 DJ 세 아들 비리에 대해 "엄정수사를 바란다" 정도로 온정적(?)이었던 그 아니던가. 그러던 노 후보가 선거참패 후 이제는 '탈 DJ'의 정치적 결단을 내리겠다고 서두른다니 역시 정치란 현실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민주당 쇄신파나 노 후보의 충정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DJ를 벗어나지 않고는 민주당이 진운(進運)을 받을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충정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같은 DJ 아들의 비리를 두고 지금까지는 그렇게들 감싸고 맹목적이더니 DJ가 기진맥진한 이제 와서야 갑자기 비리가 제대로 눈에 띄는 것인지, 정치적 이해득실을 지나치게 따지는 우리 정치현실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고 보면 DJ의 정치인생은 실패작이 아닌지.
자신이 창당한 민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었고 애써 길러온 정치인들로부터 종국에는 절연장까지 받고 있으니 말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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