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1987년 1월

지하실 고문 나흘째

욕설, 협박, 주먹질, 매질, 회유, 통닭구이, 물고문, 전기고문….

가물가물 정신이 들라치면

이승사자는 또 다그친다

"박종건이 어디있노?"

"몰라요"

"대라!"

"몰라요"

"엇서!"

"몰라요"

사자는 종철이 머리를 또 물통에 처박는다.

"억!"

땅덩이가 꺼지는 마지막 비명

이렇게 박종철은 부활했다

유월항쟁의 횃불이여!

-이기형 '모른다-박종철은 고문에 이겼다'

미수(米壽 여든 여덟 살)의 노시인이 쓴 근작이다. 하지만 그의 시정신은 아직 청년이다. 최근 한 민영방송이 박종철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월드컵 열기에 묻혀 시청률은 10%였다고 한다.

붉은 악마를 비롯해 월드컵에 열광하면서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청춘들이 솔직히 부러웠다. 그들이 발산하는 발랄함과 뜨거운 자유의 열기 이면에는 박종철같은 또다른 청춘들의 비명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역사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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