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부비판=규제'제동걸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99년 6월 서해에서 일어난 총격전과 관련, 인터넷에 '정부를 비판한 글'을 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 규제한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선 이번 판결은 정권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규제해야한다는 경직된 행정당국의 구시대적 발상에 제동을 건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재판부는 판시를 통해 문제된 전기통신사업법의 당해조항(53조)인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치는'이라는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해 법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여지가 너무 많아 자칫 국민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의 취지이면엔 설사 정권이나 대통령을 비판했다해도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법, 어느 조항에 의해 잘못됐는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규제해야지 '솥뚜껑으로 자라잡는 식'으론 안된다는 재판부의 확고한 법치주의를 천명한 것으로 정부당국자나 법집행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다. 따라서 정권비판에 대한 정부당국의 근본적인 시각을 이젠 획기적으로 바꿔야할 시대가 왔음을 이 판결은 지적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또 이번 판결로 문제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일단 개정해야 하지만 과연 점차 폭증추세에 있는 그많은 인터넷상의 의견이나 글들을 모두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답'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옳다.

결국 인터넷 상의 '다양한 표현'에 대한 건 '법'이전에 네티즌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해서 정화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 자율규제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차원으로 해결하는게 지름길이라 여겨진다.

차제에 우리의 법조항에 광범위하게 기술돼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와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하고 건전한 '정부비판'은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을 수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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