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탈출 그리고 구도적 사랑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장재덕 시인(50.대구 정화중 교사)이 첫 시집 '행복한 남자'를 시와반시에서 펴냈다. 대구'물빛' 동인 남금희 시인(48.대구가톨릭대 강사)도 첫시집 '뫼다리 물새처럼'을 북랜드에서 펴냈다.

두 시인은 똑같이 낯선 일상에서의 탈출과 근원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절대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눈물과 대자유를 향한 기도도 하나같다. 장 시인은 일상성에 대한 애정과 그것으로부터 탈출 시도란 대립되는 두세계를 한 가슴에 끌어안은채 경계지대를 조심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시인은 천호동 여관 길목을 응시하다가 친구들과 스크럼을 짜고 길거리에 드러눕기도 하고, 서재 할매 매운탕집에서 죽어가는 메기를 바라보기도 하며 방파제에 서 보기도 하다가 거리를 목이 쉬도록 손나팔을 불고 나녔을지도 모른다.

그는 도시의 온갖 위선과 사회적 모순에 대한 대안없는 당황감과 낯선 일상에서의 외로움을 고향에의 회귀로 치유하려는 몽환적 꿈의 세계를 열어 보지만, 그 한계 또한 눈치채고 있다. 그것이 근원적인 슬픔이다.

그래서 늘 외롭다. 때로는 관능적 사랑의 그리움을 쫓기도 하고 구도적 사랑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경계에 선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곳은 또 누구나 그리워하는 다가설 수 없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닌가.

남 시인은 스스로 어딘가 낯선 세계에 던져진 존재라고 여긴다. 이같은 불안의 주체는 곧 실존의 문제이다. 돌아가야 할 근원적인곳을 추구하는 실존적 물음. 낯선 세계에서 떠도는 시인의 유랑의식은 근원에 대한 간절한 귀환의지를 자극한다. 그 근원은 곧 어머니이자 고향이기도 하다.

40대 후반의 여성인 남 시인의 작품 속에는 남성우위의 인습과 현실에 인종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탈일상을 꿈꾸는 이율배반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같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시인으로 하여금 신앙의 세계로 이끈다.

십자가에 피흘린 '님'을 생각하면 '나'의 고통과 회한은 다만 영혼의 눈물일 뿐이다. '님처럼 자유하게 하소서'란 기도가 있을 뿐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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