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강 질주 한국 축구-(중)실속있는 공격축구

2000년 12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결정됐을 때 축구팬들은그가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를 한국에 심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베르캄프, 오베르마스, 클루이베르트 등 스타 플레이어를 앞세운 네덜란드 공격진은 파상공세를 펼치며 한국을 0대5의 패배로 몰아넣었다.

골문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 허공을 향해 볼을 날리는 한국축구에 실망해 왔던 축구팬들은 당연히 히딩크가 이같은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일시에 치료하고 유럽 프로축구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골잔치를 펼쳐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2001년 한해 동안 대표팀은 8승5무5패를 기록했지만 화려한 골세리머니를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3골 이상이 터졌던 경기는 2월 두바이 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4대1 승리 뿐이었고 2골을 넘는 스코어는 한 번도 없었다.

여기다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대5의 참패를 당하며 수비 불안마저 노출,대표팀은 과연 히딩크 부임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거센 비난에 부딪쳐야 했다.히딩크 축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유럽전지훈련 때부터다.

"우리팀에 공격만 하는 선수는 필요없다. 강한 압박수비로 경기를 주도하며 많은 득점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히딩크는 문전에서 의미없는 슈팅만 날리는 실속없는 축구보다는 미드필더를 장악하며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드는 효율적인축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히딩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각 맡은 바의 임무만을 수행하던 기존 한국축구 스타일을 완전히 뜯어고치고누구나가 공격수이자 수비수라는 개념을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어 주었다.여기에 따르지 않는 선수는 가차없는 징계가 뒤따랐다.

기존 한국축구의 간판 공격수였던 최용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이름을 올리기가 어려워졌고 이동국은 아예 대표팀에서 탈락했다.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뛰고 있던 안정환도 각고의 노력 끝에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히딩크의 경제적인 축구는 이번 월드컵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 6경기에서 6골을 기록, 함께 4강에 올랐던 브라질(5경기 15골), 독일(6경기 14골), 터키(5경기 7골)에 비해 골수에서 가장 떨어진다.하지만 한국은 슈팅수에서 69회로, 가장 적은 슈팅을 날리면서도 34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정교함을 보였다.한국은 화려함은 없지만 실속있는 공격축구로 4강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