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회, 더 미루지 말고 院구성을

국회는 도대체 무얼 하는가. 그동안 원(院)구성도 못한 채 미적거리던 국회는 서해교전(西海交戰)이란 돌발 상황속에 '놀고 먹는 국회'란 비난 여론에 떠밀려 30일 어쩔수 없이 원 구성에 합의, 정상화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한나라, 민주 양당은 뚜렷한 이유없이 7일이나 늦추어 8일 국회에서 이를 처리키로 함으로써 남북 교전의 비상 사태속에서 일주일 이상이나 '식물국회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양당은 이날 국회의장을 자유투표제로 선출하고 상임위원장을 전반기처럼 한나라 9명, 민주 8명, 자민련 2명의 비율로 배분키로 했다. 또 의장을 갖지 못한 당은 나머지 부의장 1석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차지키로 의견이 근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양당이 이처럼 원칙적으로 합의를 하고도 8일까지 원구성을 미룬 것은 핵심 상임위원장을 누가 차지하느냐와 한나라당이 부의장 자리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손익 계산'때문이란 지적이고 보면 듣기가 참 민망하다.

사실 국회는 월드컵 기간중에 원 구성도 못한 채 국민 눈총을 샀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꽃다운 장병이 죽어가는 지금같은 비상사태에서도 노른자위 상임위원장 자리 따지느라 원구성을 늦추는 것이라면 "그런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극언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지금쯤 본회의를 열어 상황을 청취하고 국회 결의안이 나오는 등 바쁘게 돌아가야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원 구성조차 못한 '식물국회'탓에 쥐 죽은 듯 조용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경 금할 길 없다. 한나라.민주양당 총무는 "전반기 국방위 간담회를 열어 미진한 부분을 대처하면 된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전반기 국방위는 이미 임기가 끝나 의결권마저 없는 상태다.

이런 터수에 국방위 간담회를 열어 전략 본부에서 한창 서해교전의 후속조처를 세워야할 국방부 핵심 관계자를 불러 호통만 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양당은 작은 이해타산을 버리고 당장 원 구성부터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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