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이 끝나면서 국내 축구인들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우리 국민성에 비춰볼 때 용광로처럼 들끊었던 축구열기가 거품처럼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악마는 29일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인 터키전에서 카드섹션을 통해 '축구 열기를 국내 프로리그로 옮기자'고 호소했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남긴 교훈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한국 축구의 과제를 짚어본다.한국축구는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가운데 히딩크 감독이 남긴 교훈을 자산삼아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히딩크 감독이 남긴 교훈으로는 우선 기본을 중시하는 지도철학을 꼽을 수 있다.히딩크는 본선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선수들의 세기를 기르는데는 느긋했던 반면 혹독한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린 결과 본선에서 4강 기적을 가능케 한 한국형 압박축구를 창조했다.
그는 축구 개발도상국의 현실에서 잔기술은 결코 체력과 스피드에 바탕한 '지배하는 축구'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기본'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또 히딩크 감독은 빈곤한 공격력을 해결하기 위해 공격수들을 집중조련하는 대신 수비-미드필드-공격 3선의 간격을 좁히는 '컴팩트 사커'를 추구했고 그 결과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다양한 공격루트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대표팀의 큰 문제점이던 골결정력도 스트라이커의 조련을 통해서 향상된 것이 아니었다.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킥에 부쩍 힘이 붙으면서 어느새 점점 골문을 향하는 슈팅의 빈도가 높아지는 식이었다.
이와 함께 선수선발에 있어 실력과 선수의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선수들에 대한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해 잠시도 정체할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도 배울 점이다.
50명이 넘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 놓고 끊임없는 테스트를 하는 동안 히딩크 감독은 결코 과거의 명성이나 인기도에 현혹되지 않았다.
송종국, 김남일, 설기현 등 가능성만 인정받던 선수들이 일약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성장했고 최진철같은 늦깎이 스타가 탄생하는가 하면 김병지와의 피말리는 경쟁속에 이운재가 세계적인 골키퍼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었다.
또 히딩크 감독은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에 현혹되지 않고 강팀들과의 승부를 통해 맷집을 키우며 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갔다는 점도 배워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맞섰던 체코, 크로아티아는 물론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잉글랜드, 프랑스 등과 경기하면서 히딩크 감독은 약팀을 대파해 허황한 자신감을 얻기보다는 강팀과 맞붙어 우리의 문제점을 직시하며 제대로 된 자신감을 얻으려 했다.
지난 1월 골드컵 당시 부진한 성적을 내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음에도 대회기간에 꾸준히 파워프로그램을 시행한 대목이나 '베스트 11'을 조기확정하라는 여론 속에서도 멀티플레이어 만들기에 힘쓰며 부상을 비롯한 돌발변수에 대비한 점도 그의 넓은 시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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