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영제시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한 일본인이 일본에 영제시조를 처음 소개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3월 22일 오사카에서 히로오카 후미(72)씨가 개최한 '영제시조창을 듣는 모임'을 두고 교토신문, 나라신문, 마이니치신문등에서는 영제시조창에 대해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했다', '한복선이 곱고 아름답다'는 극찬을 했다.
시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 서울 중심의 경제(京制)와 충청도 지방의 내포제(內浦制), 전라도 지방의 완제(完制), 경상도지방의 영제(嶺制)로 구분된다. 경상도 지방의 영제는 거의 사라져갔으나 고 이기릉(대구시 무형문화재 6호) 영제시조 남창보유자)가 계승하였고, 현재는 박선애씨가 이어가고 있다.
히로오카 후미씨는 대구를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나 해방이 되던 해인 15세까지 포항에서 학교를 다녔다. 해방이 되자 일본으로 건너가 교편을 잡고 있던 그는 60세에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일본 정형시의 일종인 '화가'를 쓰는 '가인'(시인)이었던 그는 일본의 정형시와 유사한 시조를 접하고 그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라고.
시조를 배우다가 시조창의 격조와 단아함에 끌려 이 보유자를 찾아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일주일씩 여관에 머물러가면서 시조창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월 22일에는 영제시조창을 하는 10여명을 자비로 일본에 초청해 일본인과 재일동포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사카에서 '영제시조창을 듣는 모임'을 개최해 일본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7일 대구를 찾은 히로오카씨는 "일본에서 전라도 광주를 소개할 때면 으레 완제시조를 소개하지만 대구에서는 영제시조를 전혀 소개하고 있지 않아 속상했다"면서 "일본인들이 영제시조창을 듣고 너무나 감동했고 그런 고아한 노래가 있는줄 몰랐다며 행복해했다"고 영제시조창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 곳곳의 풍광을 담은 화가집 '광화문', 좋아하는 시조를 일본어로 소개하는 '시조소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국근현대 시조선집'을 일본에서 발간했다. 이 책은 이호우, 이영도 등 한국의 시조를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인에게 소개하고 있다. 고시조는 이미 번역되어 일본에도 알려졌지만 현대시조를 일본에서 번역한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제시조를 계승하고 있는 영제시우회 김향교(39)씨는 "우리 국민들도 영제시조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일본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놀란다"라고 말했다.
히로오카씨는 "일본시와는 다른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는 현대시조와 영제시조창을 널리 알리고 싶고 일본에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있다면 한국에서 초청해 강습회도 가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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