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월드컵!'
열전과 흥분 속에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일군 월드컵이 한반도에서는 우리 대구에서 긴 항로의 닻을 내렸다. 6월 29일 밤 대구 월드컵 경기장의 민심은 한국과 터키를 패자와 승자로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모두를 승자로보고 형제의 우정어린 기립박수와 함성소리가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다음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우승한 브라질팀과'골든 볼'의 호나우두에게 보낸 것보다 더 큰 소리로 비교됐다.
한국으로서는 월드컵의 마지막 결전이었고 3, 4위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였지만 승부처인 대구의 민심은 처음부터 후덕했다. 경기 며칠 전부터 터키팀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었고 경기장의 관람객들도 태극기와 터키 국기를 함께 흔들며 응원했다.
한국경기가 있을 때마다 대구에서 제작한 초대형 태극기가 펼쳐졌었지만 대구의 붉은 악마들은 똑같은 크기의 터키 국기 하나를 더 만들어 터키팀 응원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6.25혈맹에 대한 '보은의 대구인심' 이었다. '대구시민은 터키를 사랑…'이란 대형 플래카드가 경기장내 여러 곳에 내걸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한국은 패했지만 대구의 갸륵한 민심은 자칫 썰렁해질 분위기를 '대~한민국', '오~필승코리아'를 외치며 기립박수로써 축제의 장으로 급변시켰다. 승리한 터키 팀도 한국유니폼으로 바꿔 입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경기장을 돌며 우정어린 관중들에게 크게 인사로 화답했다.
한국선수들과는 오랜 친구처럼 어깨동무 한 채로…. 관람객들은 이날 한국팀을 보듬어주듯 승자들만의 영역인 승리의 헹가래를 이례적으로 요구하여 히딩크 감독과 정몽준 축구협회장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나 KBS, MBC, SBS TV 3사는 모두가 월드컵 3, 4위 승부에만 집착한 여유없는 중계방송으로 90분을 일관했다. 대구의 민심을 읽을수 있는 카메라 앵글이나 해설자들의 이러한 대구인심 소개 멘트도 보거나 듣지 못했다.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자료수집을 방송사들이 미리 했더라면 승부보다는 화합의 장이라는 월드컵에 대한 지역민심이 전 국민에게 따뜻하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미디어모니터회 류우하(wooh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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