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사는 삶은 아름답다. 무리를 지어 피어난 실개천 가 구절초의 한들거림이며 줄지어 늘어서서 화사한 순백의 터널을 이루는 벚꽃의 행렬이며 숨이 막힐 듯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덩굴장미의 오염한 자태, 이런것들은 우리의 눈을 얼마나 즐겁게 하는가.
끝도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벌판을 온통 샛노랗게 수놓았던 수백 만 포기의 해바라기, 추억의 명화 '해바라기'의 그 가슴 부풀게 했던 장관을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무수한 손짓처럼 산들바람에 지향없이 일렁이던 해바라기의 군무(群舞)는 실로 벅찬 환희요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살이에 이르면 이야기는 그만 달라져 버린다. 사람이란 모이면 말썽을 부리게끔 되어 있는 동물인가.모여들면 모여들수록 그네들 사이의 정서는 거칠어지고 황폐화한다.
도시인의 삶은 혹심한 가뭄 끝에 하루가 다르게 잘박잘박 물이 잦아들어 가고 있는 연못 속의 올챙이를 닮았다. 입만 수면위로내놓고 가쁜 숨을 빠끔빠끔 거푸 몰아쉬며 서로 살려고 바둥거리는 수많은 올챙이들의 생존에의 몸부림, 그렇게 해서 얼마를 더 버텨낼 수 있을는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박함이 도시라는 회색공간에 기대고 사는 사람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무릇 사람과 사람 사이는 뚝뚝 떨어져 있어야 서로 그리워지는 법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의 그 가난했지만 살가웠던 삶에 아려한향수를 가지는 것은 아마도 요새처럼 이렇게 아웅다웅하며 살지는 않았던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흘러가는 시류(時流)를 온몸으로 거스를 도리는 없는 일이다. 이제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다시금 예전의 삶으로 되돌리지도 못한다.그렇다면, 어차피 그런 상황이라면 티격태격 부대끼면서도 알콩달콩 정답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삶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는 것은정녕 부질없는 바람일까.
너와 나의 굳게 닫힌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 놓고 살아 볼 일이다. 이웃을 불러들여 부침개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이라도 먼저 나누어 볼 일이다. 아무리 도회의 삶이 마른 가랑잎처럼 각박할지라도 작은 배려, 조그만 마음씀씀이 가운데 정은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것이리라.
곽홍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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