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특사파견 취소 파장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18개월 동안 동결됐던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던 노력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미국이 특사를 지명하고 파견 시기까지 못박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주일을 넘도록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음에 따라 7월 둘째 주로 잡았던 특사 방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미국이 2일 특사 파견 방침을 공식으로 취소함에 따라 모처럼 해빙 기운이 서리던 북미 대화는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불씨를 다시 살리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워싱턴에서 활약하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집권과 함께 전면적인 대북 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후 지난해 6월6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화 재개 의사를 표명했으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의제에 포함시킨 재래식 무기에 북한이 불만을 터뜨리고 협상 탁자에 나오기를 거부함에 따라 북미관계는 표류를 거듭했다.

그러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적극 설득한 김대중 정부의 노력이 주효해 지난4월 하순에는 특사를 보내면 맞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공식 전달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기미를 보였다.

부시 행정부는 내부 의견을 조율하느라 두 달이나 끈 끝에 북한에 특사 파견 방침을 전달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양측의 대화 재개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북한의 답변이 지연되는 가운데 느닷없이 서해교전이라는 심각한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그동안 쌓인 공은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미국이 특사 파견 방침을 취소하면서 북한의 무반응과 서해교전을 이유로 제시한 것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미국이 구체적인 특사 파견 날짜와 이름까지 박아 통보했는데도 북한이 이를 묵살하고 서해에서 대포를 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부시 행정부가 내부 강경파를 다독거리고 겨우 내린 단안이 불발에 그친 것은 양국 관계 개선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부시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제멋대로식 돌출 행동을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양측의 숨고르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은 무기 확산이나 테러와 관련해 북한 문제를 어떻게든 다스려야 하는 입장이고 북한도 정권의 안전 보장과 경제 원조 등 실익을 챙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양측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화 의지는 여전하겠지만 분위기를 다시 만들고 계기를 찾으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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