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구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그 결집된 열정과 자긍심이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에 파급되는 시너지 효과는 물론, 문화·예술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에 전기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든 분야의 발전에는 문화적인 바탕과 그 역량이 원동력이며, 제대로 꽃을 피운 문화·예술과 그 산업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월드컵대회가 안겨준 뿌듯한 긍지와 자신감, 때마침 출범한 민선 3기의 지방자치에 거는 기대감 등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굴뚝 없는 '문화 산업'이나 '감성 산업'들이 막강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떠오르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미 은밀하지만 뜨겁게 불을 뿜고 있는 '문화 전쟁'의 다양한 모습들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을 정도여서 더욱 그러하리라. 한 좌담에서 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민선 3기 대구 시정의 문화 정책에 기대하고 바라는 바가 적지 않았다.
기존 잠재력과 역량을 결집시켜 문화 발전의 폭을 넓히는 새 길 찾기, 가시적인 효과에만 연연하지 않는 지속적·장기적인 문화 정책, 문화 시장의 소비 네트워크 확대, 관 주도를 벗어난 문화재단의 활성화, '문화의 위천공단' 조성, 대구의 브랜드 구축과 감성산업 일구기, 문화·예술 행정의 전문화와 독립 운영 방안 마련, 문화공간들의 특성화와 차별화, 예술단체들의 의례적 발표회 지양과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우수한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한 상승 효과 만들기, 문화정보 공유 확충 등이 그 주요 골자들로 이 모든 것은 문화·예술인들 스스로의 질 높이기가 담보돼야 한다는 주장들이었다.
한편 최근 취임한 조해녕 대구시장은 한 지면을 통해 '문화의 향기가 살아나는 도시 건설'을 표방하면서, 지역의 얼과 혼의 전승·계승·발전 추구, 대구 예술의 창조적 특화 및 교류 활성화를 통한 역량 배가, 부족한 문화 인프라 확충, 문화관광 자원을 개발과 이 분야 산업의 육성 등을 통해 도시 전체에 문화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조 시장은 특히 이상화 고택 일대의 기념 공원화, '한류'를 선도할 대구 문화예술 창조, 문화 향수 기회 확대와 문화예술의 산업화, 전통문화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예술제나 문화제 개최와 그 세계화,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의 지속적 확대,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즈음한 세계문학제 개최, 문예인촌 조성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정도의 문화 정책들을 제대로 밀고 나간다면 스스로 내세우고 있듯이 '문화 시장'이라는 이름은 얻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욕과 공약(公約)들이 구두선과 공약(空約)에 머물지 않고 과연 어느 정도나 실현될는지는 지켜볼 일로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조 시장은 이 지역이 문화적 잠재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음에도 여태 그것을 일구고 키우는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지금은 문화가 바로 큰 돈도 되어주는 '문화의 세기'이며, 문화 마인드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사명감을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우리는 월드컵대회를 통해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던 잠재력과 역량,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확인하는 기회를 가진 건 값진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자신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이 축제에 즈음한 각종 문화행사들을 보면서도 대구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 가능성과 그 조짐들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 지난 5, 6월 두달 동안 관람객이 16만명이나 몰려들어 이젠 확고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가 하면,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에만도 6만5천여명(3일간 저녁)이 찾아오고, 대구시립국악단의 월드컵 성공 축하음악회, 신천 환경미술축제, 대구 아트 엑스포 2002 등 각종 대규모 문화행사들도 어김없이 성황을 이뤘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크게 높아지고, 제대로 된 문화·예술은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 점을 입증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줄 안다. 이젠 '문화 마인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지는 것도 월드컵 때문에 여태 들떠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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