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사 방북' 소극적 이유

미국이 특사 방북에 대한 북측의 '시의적절한 적시의 답변 부재'를 이유로 특사 파견을 철회한 사실과 관련해 북한이 왜 미특사 방북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는지 그 까닭이 궁금하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오는 10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미국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

더구나 미국은 특사의 격을 차관보급으로 상향조정,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적극적인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이 특사 방북에 미온적 자세를 견지한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기본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특사 방북을 통해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 3개 의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권, 종교의 자유 등에까지 논의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특사가 방북하더라도 당장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서둘러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클린턴 정부 때는 미국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억제를 전제로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이른바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북한이 비교적 성실한 자세로 접근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남측의 권고에 마지못해 회담에 응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뭔가 얻을 것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온적이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신속하지 못한 북한의 의사결정 과정도 문제다. 특사를 받을 때 얻을 이득과 손실을 계산하고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북한은 2000년 말에도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등에 대한 검토단계에서 시간을 끌다 실기한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남북당국간 회담에서도 북한의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남한이 회담을 준비하는 경우도 허다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미국의 특사 방북 제의에 미지근한 자세를 보이던 북한은 결국 서해상에서 교전이 터지면서 또다시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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