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권회복 5돌 '미로속 제자리 잡기'

지난 1일로 홍콩의 주권회복 5주년을 맞았다.

중국은 홍콩의 반환에 따른 1국2체제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실업률이 7.4%로 치솟는 등 각종 현안과 불안감이 홍콩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주민들은 자본주의 시대 홍콩의 활기가 수그러들고 여러 문제점으로 비틀거리는 홍콩을 지켜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반환의 댓가를 치르고 있는 홍콩. 주권회복 5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지난 3월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지 속에 2대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 무투표로 당선한 홍콩특구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은 주민 다수의 불평과 불만 속에 지난 1일 5년 임기의 제2기 행정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주민 다수가 7.4%에 달한 실업난과 홍콩의장래를 걱정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2기 정부가 '침체에 빠진 홍콩경제 부흥'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심각한 경제난과 인권.언론자유의 퇴보, 장래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 등 '홍콩병'으로 인해 홍콩 사회의 문제점이 쉽게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해 홍콩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0년에 비해 2% 줄어 들었다. 물동량 감소는 홍콩 사상 초유의 일. 인근 중국 본토 항구와의 치열한 경쟁이 그 원인이다. 2015년이면 상하이의 물동량이 홍콩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환 이후 홍콩 주식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파산자 비율은 치솟고 있다. 소비자 구매력도 지난 3년 동안 계속 떨어졌으며 올해 3~5월의 실업률이 7.4%에 달하는 등 홍콩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또 홍콩의 부(富)의 원천인 자산가치는 정점이었던 1997년에 비해 60%나 폭락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쳤고, 올해도 1%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본토와의 경쟁은 홍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홍콩의 은행과 브로커들은 경리업무 근로자를 본토 도시에 의존하고 있다. 비슷한 근무능력을 가진 근로자의 경우 본토 근로자 임금수준은 홍콩의 절반에 불과하다. 홍콩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지역본부를 본토로 이전하는 바람에 홍콩내 사무실 임대료가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반환 당시 홍콩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우려했다. 하지만 주권회복 5년이 된 현 시점에서 홍콩사회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과도한 자본주의 경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홍콩반환 이후 인권과 언론의 자유 부분에서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언론인협회(HKJA)는 홍콩 반환 5주년에 맞춰 내놓은 연례보고서에서 "홍콩반환 이후 5년간 홍콩내 표현의 자유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협회는국가에 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반(反) 국가전복기도법 실행을 포함, 일련의 불안한 흐름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과거영국 식민지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활동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설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마크 인 팅 회장은 "파룬궁(法輪功)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홍콩 정부가 소수의 의견을 인내로 대처하는 대신 관리들은 당국의 지시에 동의하지 않는사람들의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근거하며 활동하는 저명한 인권운동가 해리 우(65)와 관련된 지난 4월 사태는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궁색해지는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홍콩정부가 입법 추진중인 반(反) 국가전복기도법은 인권과 자유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당국은 반국가전복기도법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언제 입법할 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 법이 과거 영국식민지 당시 누려온 자유를 위험에처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일 주권 회복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각계 인사들이 주권 회복 이후 발전을 지속해 온 형세에 더욱 잘 적응해나가고 △특구 정부내 행정.입법.사법기관들이 부단히 정책 집행 수준을 제고하며 △특구 정부와 각계 주요 인사, 주민 모두자신감과 자강불식의 정신으로 경제발전에 진력해달라는 내용의 '3가지 희망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 주석의 의도대로 홍콩이 빠른 시간내 제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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