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파일 이곳-정보의 바다 역기능 블랙 인터넷

'통신혁명' '정보의 바다'로 불리는 인터넷의 역기능이 심화되고 있다. 자살, 음란물, 낙태, 폭탄제조, 스와핑, 자퇴, 도박 등 온갖 유해 정보가 판을 치는가하면 심지어 청소년들의 게임, 채팅, 아바타 등 중독 현상이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한 호주 여성이 인터넷으로 자신의 아기를 팔겠다고 광고,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등 '범죄의 온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인터넷의 역기능은 이제 '블랙(Black) 인터넷'이라는 오명마저 낳고 있다.

지난해 한 여성전용 커뮤니티 사이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젊은 여성 네티즌의 절반 이상이 남편이나 애인 몰래 다른 남자와 불건전한 채팅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 경험자 중 약 40%는 상습적으로 애인이나 남편 몰래 다른 남성과 채팅을 즐기고 있으며, 이성과의 채팅 도중 음란한 말이나 욕설 등을 경험한 응답자가 전체의 84.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성인들의 채팅 중독현상은 사이버 영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번개'(채팅 상대가 마음에 들면 실제로 만나는 것)로 상징되는 현실에까지 이어져 불륜, 원조교제 등 각종 일탈현상을 야기하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산에서 기계부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부남 이모(34)씨는 지난 2년 동안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상대 여성들과 서울, 문경, 대전 등지에서 직접 만난 경험이 있다.

출장을 핑계삼아 채팅 여성들과 만났다는 이씨는 "단순히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육체관계로까지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상대 여성은 대부분 30대 초중반의 젊은 주부들.

그는 "양쪽 모두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죄책감은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서로 즐겼다"고 고백했다. 이씨의 사례는 최근 급속히 번지고 있는 채팅 폐해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채팅은 청소년 탈선의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채팅을 매개로한 성폭력, 인신매매, 미성년 원조교제, 사이버 스토킹 등 범죄사례가 점차 늘고 있고, 심지어 사망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크게 우려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지난해 입건한 성매매 청소년 47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청소년이 44명(94%)에 달해 인터넷의 각종 음란사이트 및 채팅 사이트가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국내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단순검색만으로 접속 가능한 국내외 음란물 사이트는 40만여개. 더욱이 매일 1천개 이상의 음란사이트가 새로 생겨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음란물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조사한 '사이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네티즌의 41.6%가 '컴섹'(컴퓨터 섹스)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 사이버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 성폭력이란 원치 않는 성적 언어와 취향, 외설적인 표현이나 이미지를 사용해 위협적인 통신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조사에 나타난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컴섹 제의를 받은 경우는 여성 응답자의 41.6%에 이르고, 번섹(번개 섹스) 요구는 20.8%, 사이버 스토킹 피해도 21.4%로 나타났다.

한편 청소년 16.4%가 자살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가운데 자살(自殺) 사이트를 통해 전국에서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최근 몇년새 잇따르고 있다. 2000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자살 관련 사이트를 통해 벌어진 자살사건은 모두 19건으로 10대부터 30대까지 모두 2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여고생 2명과 30대 남성이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나 동반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청이 관련 사이트를 집중 단속, 지난달 자살사이트 91개를 폐쇄했으나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 중독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 초등학생이 부모로부터 컴퓨터를 많이 한다는 꾸지람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인터넷 게임에 빠진 한 초등학생이 충동을 이기지 못해 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빠지기 쉬운 인터넷(컴퓨터) 중독증은 게임 중독, 채팅 중독, 음란물 중독 등이 손꼽힌다. 하루도 빠짐없이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컴퓨터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외출 횟수도 줄어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컴퓨터 사용을 두고 핀잔을 듣는 것 등이 중독의 대표적 증상이다.

대구청소년종합상담실 전임 상담원 이영애 박사는 "컴퓨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수면부족으로 학교에 지각하거나 수업시간에 조는 등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다른 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박사는 "청소년들의 컴퓨터 중독을 막기 위해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컴퓨터를 거실에 옮겨놓거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학부모의 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YWCA와 대구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지난해 12월 대구시 거주 남녀 중고등학생 1천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인터넷 사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개월 동안 음란사이트 접속 횟수가 '주1회'56.7%), '주3회 이상'(14.8%), '주2회'(8.7%), '매일'(2.3%)로 나타났다.

자신의 인터넷 중독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21.1%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응답해 상당수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터넷 사용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식했다.

특히 학교생활만족도가 낮고(26.8%), 성적이 하위권(22.7%)인 학생일수록 자신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학업이나 교우관계 등에서 좌절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더욱 빠져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소장 어기준)는 게임 중독의 예방법으로 △하루에 1시간30분 이내로 사용할 것 △식사는 제 때 할 것 △잠은 정해진 시간에 잘 것 △낮 시간에는 30분이상 햇볕을 쬘 것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 △1주일에 2회 이상은 운동을 할 것 등을 권하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