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회 바로 세우자(2)-전문성 부족

광역의회를 평가할 때 꼬리표 처럼 붙는 지적 중 하나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허약한 자치환경 탓도 크지만 집행부 견제와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이라는 주어진 권한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주민대표라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 집행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자탄의 소리가 의회 내부에서 터져 나올 정도다.

대구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이수가씨는 "의원들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의회 발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임기동안 몇가지 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것이 의회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전문성 부재의 원인은 여러가지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 우선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그룹의 지방의회 진출 부족과 의정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지역 사회의 광역의원에 대한 폄하적인 시선, 지방선거에서조차 특정 정당 공천자만을 무조건적으로 찍는 유권자들의 빗나간 '의식' 등이 전문가들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3대 대구시의원을 지낸 하종호씨는 "입법·감사·예산 심의기능 등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며 "당선 이후 전문성을 배양하기는 어려운 만큼 각 분야 전문가 진출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전 의원은 "정당 공천이 지구당 기여도를 우선시하는 분위기에선 시간이 많은 자영업자나 지방의원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재력가만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정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이 탄생하지 않는 것도 의회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한 두번 광역의원을 지낸 이들은 지역사회의 배려나 대우가 기대 이하인 탓에 다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또다른 정치적 진로 개척을 위해 지방의회를 떠나고 있다.

이달 개원한 대구시의회(정원 27명)의 경우 4선은 한명도 없으며 3선이 3명에 불과할 정도다. 정원이 57명인 경북도의회도 3선 이상 의원이 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외부적인 환경을 떠나 의원 개개인의 노력 부족도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남대 우동기(행정학과) 교수는 "당선 이후 부족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을 솔직히 찾아보기 힘들다"며 "학술 세미나나 토론회 등 지역사회 내부에서 이들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한 공간들이 많지만 대다수가 참석을 기피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인 박성태 의원은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구단체를 만들고 현안에 따른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 위한 상시적 프로그램이 절실한 과제"라며 "그러나 그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의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해 왔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과 의회 사무처의 기능 강화를 의회 전문화의 필요조건으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광역의원은 각 상임위별로 전문위원실에서 서기관급인 한명의 전문위원과 6, 7급 직원 두명이 의정 활동을 돕고 있다.

시의회 모 간부 공무원은 "의회 공무원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고 3명의 직원이 상임위 활동을 보좌하는 현실에서 한해 50건이 넘는 조례 제·개정을 비롯 정기 감사와 예산 심의 등에 있어 제 역할을 수행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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