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북상 안전 비상

장마와 태풍으로 대형 재난이 종종 발생하는 가운데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초대형 태풍 라마순이 북상함에 따라 낙동강 제방의 붕괴 우려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걱정과 우려는 해마다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시간당 수십㎜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대형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낙동강 수계에 접한 의성과 안동·영주·상주·예천·봉화 등 각 지방자치 단체들이 하천을 대폭 정비, 물흐름이 빨라지고 곳곳에 배수장과 수문 등 시설물을 설치함에 따라 하류로 갈수록 물 유입량이 폭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의성군에서는 지난 98년부터 올 봄까지 1천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낙동강 수계의 2급 하천인 남대천과 쌍계천·위천의 상습 침수지구를 대폭 정비했다. 쌍계천과 합류하는 비안면 일대의 위천과 봉양면 문흥리 일대 남대천 경우 100m 내외인 하천 폭을 200m 이상으로 대폭 확장 정비하면서 홍수걱정은 사라졌다.

그러나 낙동강과 합류하는 하류쪽은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종전에는 논과 습지에 고인 물이 하루 이틀 정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하류로 흘러들었는데 최근의 하천정비로 낙동강 수계 상류의 물이 불과 5~7시간만에 하류로 흘러들어 낙동강 둑의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

실제로 지난 98년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의 단밀 팔등제방 경우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배수장을 설치한 제방쪽이 붕괴되는 바람에 농경지가 유실돼 피해보상을 두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재작년에는 고령에서 낙동강 제방에 설치한 수문 인근 쪽이 붕괴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낙동강 상류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낙동강으로 연결되는 지천과 하천들을 대폭 정비함에 따라 고령과 성주·칠곡 등 하류쪽의 제방붕괴에 의한 대형재난의 위험은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경북도 농업기반과 이승재 과장은 "70년대부터 굽은 하천의 직강화(直江化)사업으로 농경지를 확보하고 하천의 범람을 막는 긍정적 역할은 했으나 유속의 빨라짐 등으로 인해 약한 하류제방이 터져 피해를 보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국토관리청 박노선 하천국장은 "건설교통부가 낙동강 수계의 노후 시설물 보강을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 현재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설물 보강공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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